한서희 "YG 측으로부터 '도미' 제안받아"… 양현석 "사실무근" 반박'도피 지시 의혹' 소속사 대표, '잠적'… 양현석, 보복협박 혐의만 기소
  • 지난해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던 양현석(53·사진)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번엔 경찰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범죄형사부(부장검사 원지애)는 지난달 28일 양 전 대표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동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YG 직원 김모 씨와 이인광 엠엔픽쳐스 대표는 각각 특가법상 보복협박 방조,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에 배당된 이 사건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25일로 예정됐다.

    '라임 주범' 이인광, 양현석 청탁받고 '한서희 출국 지시' 의혹

    양현석 전 대표는 2016년 8월 한서희(26)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2016년 5월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이콘' 숙소 앞에서 비아이(26·김한빈)에게 LSD 1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파악한 뒤 한서희를 회유·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서희는 아이돌그룹 빅뱅 탑(35·최승현)의 전 여자친구로, 2013년 방송된 MBC '위대한 탄생' 시즌3에 출연해 '송지효 닮은꼴'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양 전 대표가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으나 한서희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양 전 대표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4월 27일 기소의견으로 서울지검에 송치했다.

    이에 사건을 면밀히 수사한 검찰은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제보한 한서희를 회유·협박한 혐의(보복협박)로 양 전 대표를 재판에 회부했다. 특가법 제5조의9 1·2항에 따르면 수사단서의 제공·증언 등을 못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진술하게 할 목적으로 타인을 협박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단, 양 전 대표가 한서희의 소속사 대표로 알려진 이인광 엠엔픽쳐스 대표에게 '한서희를 외국으로 보내라'고 청탁했다는 '도피 교사' 혐의의 경우, 현재 잠적한 이 대표를 조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적용하지 않았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다 M&A 전문가로 변신한 이 대표는 라임펀드 투자금(2000억원)을 사용해 코스닥 상장사들을 잇달아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고 자취를 감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른바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꼽힌다.

    경찰, '마약 구매 정황' 드러난 비아이 빼고 한서희만 체포

    2016년 8월 22일 한서희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경기용인동부경찰서는 한서희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던 중, 한서희가 같은 해 4월경 동료 가수인 비아이와 (카카오톡으로) LSD의 효능과 가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경찰이 추궁하자 한서희는 "2016년 5월 3일, 마포구 소재 '아이콘' 숙소 앞에서 비아이에게 LSD 1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바아이를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또한 한 마약딜러가 체포 과정에서 진술한 고객 명단에 한서희와 비아이의 이름이 모두 나왔지만 경찰은 한서희만 체포해 조사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한서희가 3차 피의자 신문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며 "'실제로는 마약을 전달하지 않았다. 당시 대마초 때문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그렇게 (잘못)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꿔서 비아이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서희가 진술을 번복한 진짜 이유는 양현석 전 대표 때문이었다. 한서희가 경찰에 소환돼 "비아이에게 LSD를 전달했다"고 진술한 직후 양 전 대표는 지인(혹은 이인광 엠엔픽쳐스 대표)을 통해 한서희에게 'YG 사옥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한서희를 자신의 건물로 불러낸 양 전 대표는 "변호사를 선임해줄테니 비아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달라. 충분한 사례도 하겠다. 절대로 네가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YG, '빅뱅 탑' 구하기 위해 '한서희 출국' 종용?

    디스패치가 입수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한서희가 2017년 4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을 당시 '2016년 12월 9일 왜 미국에 갔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YG 측으로부터 도미(渡美)를 제안 받았었다'며 'YG 측에서 저희 소속사(대표)에게 저를 외국으로 내보낼 것을 요구해 12월 9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0월 8일 서울 청담동 G카페에서 우연히 한서희를 목격한 탑이 먼저 '만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됐다. 당시 '빅뱅' 컴백을 준비 중이었던 탑은 한서희와 함께 대마초를 나눠피는 등 연예인으로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탑은 2016년 10월 9~14일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대마를 4회 흡연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YG 측이 한서희의 소속사 관계자에게 사람을 보내 "탑과 (대마)문제가 있으니 컴백 전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서희의 소속사에서 티켓팅을 했고, 한서희는 2016년 12월 9일 출국해 약 3개월 간 미국에 체류했다.

    그러나 이 같은 YG 측의 대응에도 불구, 탑은 2017년 4월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는 한서희의 진술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국과수 모발 감식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대마 흡연 혐의가 인정됐다. 대마를 총 4회 흡연한 사실로 재판에 회부된 탑은 2017년 7월 20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비아이에게 LSD 전달" 진술… 일주일 뒤 "그런 적 없다" 부인


    이후 한서희는 2019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양 전 대표로부터 '진술 번복'을 강요당했다"는 취지의 공익제보를 했다. 이 제보를 바탕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같은 해 9월 비아이를 소환 조사해 "대마초를 흡연하고 LSD를 구매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비아이의 체모 등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공익제보자로 나선 한서희의 진술 등을 토대로 비아이가 2016년 4월에서 5월 사이 (한서희를 통해) 대마초와 LSD를 구매해 이 중 일부를 투약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4월 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지난달 28일 비아이를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비아이의 첫 공판기일은 오는 7월 9일이다.

    한편, 한서희를 강제 출국시키고,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했다는 의혹을 받은 양 전 대표는 2019년 6월 배포한 입장문에서 "디스패치 보도를 포함해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들은 제보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