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국갤럽 안 믿는다… 여론조사 갑질 철저 징치(懲治)해야"
  •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종현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종현 기자
    야권의 대권 잠룡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8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한국갤럽에 향후 '차기 지도자 지지율' 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외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홍준표 "韓갤럽,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 빼라"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가 후보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 판에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가 횡행하게 되면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결과가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17년 5월 '탄핵대선' 때부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밝힌 홍 의원은 "더 이상 내 이름을 도용하여 여론조사 영업을 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를 이행치 않으면 성명권 침해로 민·형사 소송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은 또 연달아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여론조사기관이 권력기관화되어 언론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기이한 현상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면서 "무분별한 여론조사기관의 갑질은 이제 철저히 징치(懲治)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홍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등장시키지 말 것을 요구한 공문을 한국갤럽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경우 리얼미터 대비 한국갤럽의 지난 1년간 중위값 수치가 다른 후보군에 비해 현저히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홍준표 중위값, 타 후보에 비해 차이 너무 크다"

    홍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제시한 '2020~21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지지도 중위값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리얼미터 대비 한국갤럽의 중위값 수치는 96.8%로, 두 조사기관의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은 반면, 홍 의원은 그의 3분의1 수준인 33.9%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이낙연'의 중위값 78.8%, '안철수' 67.3%, '윤석열' 57.2% 등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2020~21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등 4사 조사 중위값'을 비교·분석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한국갤럽과 같은 무선전화 면접 방식을 쓰는 '4사 여론조사기관 공동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홍준표' 중위값 비율은 45.8%로 타 후보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홍준표'에 대한 편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이 분석한 '엠프레인퍼블릭 등 4사 기관 대비 한국갤럽의 중위값 수치' 자료에 따르면, 이 지사는 79.3%,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9.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5.9%,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8.9%였다. 그러나 홍 의원의 중위값 비율은 45.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 ▲ 홍준표의원실이 비교·분석한 타 여론조사기관 대비 한국갤럽 중위값 비율.ⓒ홍준표 무소속 의원실
    ▲ 홍준표의원실이 비교·분석한 타 여론조사기관 대비 한국갤럽 중위값 비율.ⓒ홍준표 무소속 의원실
    "정치적 의도와 고의성, 충분히 의심된다"

    홍 의원은 이를 두고 "한국갤럽은 그동안 조사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해왔으나 4사 여론조사기관 결과와 비교할 때 그 주장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다"며 "단순히 모집단 샘플링이나 조사 및 통계 처리 방식의 오차를 넘어서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와 고의성을 의심할 충분한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홍 의원은 한국갤럽이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발표한 지지율 추이도 실제 득표율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거론했다.

    홍 의원은 "한국갤럽은 홍준표 대선후보 지지도를 발표하면서 2017년 3월 둘째주 2%에 이어 마지막 조사인 5월 첫째주 16%로 각각 발표하였으나, 홍준표 당시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24.03%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갤럽은 5월 둘째주 D-2일 조사에서는 22.4%가 나왔다고 주장하나 이는 선거 이후 공개된 것으로, 사실상 사후 보정용에 불과해 무의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홍 의원은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은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의 지지를 받았다. 이 조사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후보(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가 3%의 지지율을 얻으며 처음으로 순위권에 올랐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만 36세에 불과해 헌법상 대선후보 자격이 없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다른 대선후보들과 함께 조사하면서 사실상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했다"면서 "당사자인 이 전 최고위원조차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로 이런 행위는 여론조사의 기본을 훼손하고 여론조사 자체를 희화화하면서 국민 여론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韓갤럽은 후보 이름 호명 X… '자유응답' 방식"

    한편, 여론조사 관련 한 전문가는 통화에서 "한국갤럽 조사의 경우 리얼미터의 ARS 방식과 달리 보기가 없는 주관식 조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름을 빼달라는 홍 의원의 요구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방식을 살펴보면, 한국갤럽은 후보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유권자가 스스로 답한 인물을 기록해 집계하는 '자유응답'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같은 의견에  홍준표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결과에서 홍 의원의 이름을 활용·공표하지 말라는 것이 요지"라며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대한 전면적인 '보이콧'"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4일 발표)의 응답률은 1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