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 중인데… 文, 펠로시 美 하원의장 만나 친중 발언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과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과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중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선 간이 연설에서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이 인류의 연대와 협력에 있듯 더 나은 미래도 국경을 넘어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 조기 재개가 관건인 만큼,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북 관여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백신 수급을 비롯한 보건·안보정책을 보다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文, 정상회담 하루 전 친중 발언

    문 대통령은 이밖에 지난 3월 한국계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들이 사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 내 범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달 '아시안 혐오범죄 방지법안'을 통과시켰다.

    펠로시 의장은 "한미관계는 사실 안보의 관계이지만, 그것 외에도 굉장히 깊은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양국의 우정은 현재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등을 통해 더 공고해졌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한미 간 '안보동맹'을 강조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불필요하게 꺼낸 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21일(현지시간)이다. 한미가 '대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회담 하루 전 미중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펠로시 "中 인권 침해,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펠로시 의장은 미국에서 '반중' 성향이 뚜렷한 정치인이다. 그는 3일 전인 18일(한국시간) 중국정부의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당시에도 중국정부의 티베트 탄압을 이유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개막식 불참을 요구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같은 날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공장에서 "그들(중국)은 자신들이 (전기차 경쟁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세관은 올 초 유니클로 남성용 셔츠가 신장산 면화 수입 금지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수입통관을 막고 제품을 압류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은 21일 "한국은 대국 경쟁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아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이번 방미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보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당 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은 또다시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사대외교가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국익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정권 4년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낡은 이념적 잣대로 친중·친북 노선에 편승한 아마추어 외교를 고집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왕따와 굴욕의 4년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