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새누리당 주장 땐 비난하더니… "조국 등 신상털기 과도하다" 비공개 주장 잇달아
  • ▲ 국회 본회의장 자료 사진.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 자료 사진.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근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의 사례처럼 공직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신상털기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의 임기 말 국무총리 및 5개 부처 장관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불거졌다.

    민주당은 그러나 야당 시절인 박근혜정부 때는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하자는 여당(당시 새누리당) 주장을 비판했다. 그러던 민주당이 문재인정부 출범 후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을 비공개로 검증하자"고 주장하며 관련법 개정안도 잇따라 내놓는 것이다.

    與 "사생활·도덕성 검증-정책 검증 나눠서 하자"

    인사청문회 비공개 진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 6일 공개석상에서 나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사생활과 외교·안보정책 검증에 대한 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면서다. 

    김 의원은 "많은 청문회를 돌아보면 일부 위원님들은 결정적 낙마 사유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후보자의 사생활 후벼파기에 집중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친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책 검증과 도덕성 검증은 나눠서 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신상털기식으로 가면 정말 훌륭한 분, 좋은 분들이 (공직자를) 잘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맡은 뒤, 21대 총선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을에서 당선됐다.

    여권 일각에서 나온 '비공개 청문회' 주장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21대 국회 개원 직후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19일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에 치중해,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개정안 발의 배경이었다. 46명의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 

    새누리당 비판한 민주당, 과거 답습 그대로 

    민주당의 이러한 주장을 두고 '태세전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는데, 당시 이를 비판하던 민주당이 집권하자 태도를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박기춘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는 2013년 2월3일 원내현안대책회의 및 대선공약실천위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향해 "밀봉 인사에 이어 밀봉 청문회, 깜깜이 청문회로 공개검증을 피해보겠다는 발상"이라며 맹비난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전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청문회가 비공개로 진행되면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비리, 세금탈루 문제 등 이른바 우리 당에서 주장하는 4대 필수과목 문제를 어떻게 검증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박 당시 원내대표는 "국민의 알 권리에는 (정부·여당이) 관심 없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나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박완주 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015년 3월9일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도덕성 검증이 아닌 정책적 능력을 검증하자고 주장하지만, 도덕성과 정책능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은 정책적으로도 유능하고 도덕적으로도 흠결 없는 사람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도 과거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했으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주당이 내놓는 상황이다.

    "도덕성 검증 비공개하자" 文정부 출범 후 개정안 내놓은 與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114건) 중 공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은 11건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건은 6건이다.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8월26일, 2014년 2월17일, 2014년 5월14일, 2014년 8월1일, 2014년 12월31일, 2017년 2월24일) 나온 개정안들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안(5건)은 2019년 9월16일 두 건(이원욱·이석현 의원), 2020년 3월4일 한 건(문희상 의원), 2020년 6월19일 한 건(홍영표 의원) 등 모두 문 정부 출범 이후 나왔다. 김병주 의원은 국방부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의 인사청문회에 한해 도덕성 검증 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2020년 11월19일 내놨다. 이들 외에 예비심사소위원회에서 비공개 사전 검증을 하는 내용 등 개정안(정성호 의원)도 있다. 집권세력이 되면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분리'를 주장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덕성과 업무수행능력이 무관하지 않는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두 능력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하는 가운데 청문회를 비공개로 한다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의문만 커질 수 있다"며 "또 후보자의 도덕성 측면과 업무수행능력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야당 동의 없이 후보자가 임명되는 등)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됐다는 점"이라며 "이 상황에서 도덕성 검증을 분리해서 하자는 주장은 개혁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