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정세균 일제히 '현금성 복지' 공약… "그 돈 다 어디서?” 민주당서도 비판
  • ▲ 이재명 경기도지시가 4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경기도-경기도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간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이재명 경기도지시가 4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경기도-경기도교육청-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간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현금성 복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20대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공약에 대해 “퍼주기 정책 경쟁’이란 비판이 나온다.

    우선 여권 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이날 열린 '고졸 취업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간담회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도 대학 지원에 상응하는 뭔가 지원을 해주면 그들의 역량도 발굴하고 좋은 인생경험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학 안 간 대신에 세계 여행비를 1천만원씩 지원해주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대학 안가면 세계여행비 1000만원, 군 복무 남성 3000만원, 사회초년생 1억원

    선호도 2위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5일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서 "징집된 남성들은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같은 것을 한 3000만 원 장만해서 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군대를 안 간 친구들이 그 시기에 일을 해서 저축할 수 있는 돈과 비슷하거나 좀 더 드려서 제대 후에 취업할 때까지 일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괜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무복무를 한 남성들에게 군 가산점 대신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주자는 제안이었다.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뒤처진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억원 통장' 공약을 꺼내들었다. 정 전 총리는 한 강연에서 "모든 신생아들이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통해 20년 적립형으로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현금 지원 공약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20대 남성 표심을 향한 구애 작전이라는 분석이다. 야권은 "어느 순간 허경영을 넘어설지 궁금하다"는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여기에 더해 같은 민주당 내에서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박용진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 이광재 "용돈만 주려는 모습"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연한 퍼주기 정책 경쟁에 우려를 보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최근 대선 주자들이 20대를 겨냥한 정책이라며 내놓는 제안들을 보면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당장에라도 26조, 더 나아가 50조~60조 정도를 증세 없이 절약해서 나눠줄 수 있다는 방식의 제안에 어느 국민이 동의를 하겠냐"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 돈은 어디서 나올 거냐"고 따져 물으며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보강하는 데 재정이 우선 쓰여야 하고, 퍼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되고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권 내 대선주자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의원은 "청년들에게 현금보다는 꿈과 희망을 나눠줘야 한다"며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청년들에 대한 해결책이 현금으로 귀결되는 건 문제다. 아이들은 대화와 관심을 바라는데, 부모는 용돈만 주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의원은 "고기를 나눠주는 것과 함께 소는 누가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데일리 DB
    논란이 일자 이재명 지사는 "핵심은 형식과 외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대학 진학 유무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지원받아야 하고, 지원 방식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발언이 왜곡돼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 대학생 1인당 직·간접 재정 지원이 수천만 원인데, 미진학 청년에게도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공평하다는 취지란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장병들의 내일준비 적금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장병들의 봉급을 좀 더 현실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이라며 "그런 정책들을 여러 가지 조합하면 국가를 위해 청춘기를 복무한 청년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현금 지원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봉급 인상은 재정 부담이 아니냐"고 따져 물으며 "어느 것이 청년층에 대한 공정한 보상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전형적 매표전략… 대통령 꿈꾸는 사람들이 반역사적 행위"

    이런 해명에도 민주당이 여전히 포퓰리즘 정책에 빠져 표심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들의 발언과 관련해 "돈을 잡고 흔드는 이들이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식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말릴 사람이 누가 있느냐. 갑갑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황 평론가는 "집권 여당의 국무총리를 지내거나 경기도지사 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매표행위를 하는 것은 반역사적 행위다"라며 "결국 미래에게 빚을 다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권 내 대선주자들이 20대 표심을 잡기 위해 누가 더 많이 주나 경쟁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당의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매표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은 그간 반값 시리즈, 무상 시리즈를 추진해왔는데 이런 전략이 상당히 통했다 생각하는 것"이라면서도 "과연 대선에서 표심을 얻을 수 있을까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 재보선에서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은 여전히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에게 세금이나 국가 부채는 다음 문제다. 냉정하게 말해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맹비난했다. "대선 주자 입장에서는 당장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한 이 평론가는 "만약 내년 대선에서 이런 전략이 통한다면 민주당은 앞으로도 계속 '현금 퍼주기' 전략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