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세면 허용, 마스크 착용 취침 중단… 휴가복귀 장병 폐막사 격리도 중단
  • ▲ 지난 4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는 서욱 국방장관. 서 장관은 이날 방역을 이유로 부실급식·폐막사 격리수용 등의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는 서욱 국방장관. 서 장관은 이날 방역을 이유로 부실급식·폐막사 격리수용 등의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가 육군훈련소와 일부 전방부대의 불합리한 방역지침을 전면개선한다고 밝혔다. 

    육군훈련소는 그동안 우한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신병들의 세면과 샤워, 양치를 열흘간 제한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취침하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육군과 공군의 일부 전방부대는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을 부대 내 폐막사에 격리하고, 부실한 급식을 제공해 물의를 빚었다.

    육군, 페이스북에 ‘소통 페이지’ 만들어… 육군훈련소장 공개사과

    국방부는 지난 2일 ‘육군이 소통합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다고 밝혔다. “최근 부실급식과 신병교육 기간 중 인권침해 등 육군 관련 다양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병사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들이 신뢰하는 육군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직접 소통하는 채널을 개설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육군본부가 운영하는 ‘육군이 소통합니다’의 첫 게시물은 김인건 육군훈련소장(육군 소장)의 공개사과문이었다. 

    김 소장은 “훈련소를 수료한 훈련병 여러분, 훈련 중 불가피하게 중도퇴소한 훈련병 여러분께서 우한코로나 방역 시행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불편함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아울러 입대를 앞둔 장정과 그 부모님들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병 기본권이 보장된 가운데 방역과 인권이 조화를 이루도록 지침과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김 소장은 입소 3일차부터 세면·양치·샤워를 매일 할 수 있고 식수도 무제한 공급한다. 배식 또한 부족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육군훈련소는 그동안 입소한 병사들을 대상으로 입소 2일차와 10일차에 우한코로나 PCR 검사를 실시했다. 훈련소 측은 이를 이유로 병사들이 입소한 지 10일이 지나야 샤워를 허용했다. 그 전에는 샤워뿐 아니라 세면·양치와 화장실 사용까지 제한했다. 휴대전화 사용도 주말에만 허용했다. 식수와 급식까지 소량 배식해 병사들이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민 국방차관 “아예 중대 단위로 휴가 다녀오는 방안 검토 중”

    휴가를 다녀온 병사들이 난방도 안 되는 폐막사에 수용돼 부실한 급식을 받았다는 폭로와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개선을 약속했다. 지난 1일에는 국방부차관이 “아예 중대 단위로 휴가를 다녀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재민 국방차관은 이날 오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군 방역지침 개선에 관해 설명하면서 “중대 전체가 함께 휴가를 다녀오면 생활관 자체를 격리시설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휴가를 나가는 문제가 생기지만 이를 현실에 맞게 고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 ▲ 논란의 시작. 지난 4월 23일 SNS에 올라온 폭로 사진. 한 공군부대의 휴가 복귀자가 '저녁식사'라고 올린 사진이다. ⓒ페이스북 캡쳐.
    ▲ 논란의 시작. 지난 4월 23일 SNS에 올라온 폭로 사진. 한 공군부대의 휴가 복귀자가 '저녁식사'라고 올린 사진이다. ⓒ페이스북 캡쳐.
    전방부대 대부분이 중대 단위로 막사를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대 단위 휴가는 ‘코호트 격리(공동격리·동일한 병원균에 노출된 환자들을 집단 수용하는 방식)’를 기본으로 하는 군 방역지침과도 상충되지 않는다.

    박 차관은 “이와 함께 현재 일부 부대에서 시행하는, 민간시설을 임차해 격리시설로 사용하기 위한 예산도 집중투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가 복귀자 폐막사에 격리했던 전방부대들… 결국 국방장관 사과

    이런 논란의 시작은 지난 4월23일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었다. “수도권 공군부대에 복무 중인 병사인데 이게 휴가 복귀자 격리시설의 저녁식사”라는 설명이 붙었다. 식판에는 국물도 없이 밥 한 덩이와 깍두기 2개, 나물 한 숟가락이 전부였다.

    같은 날 SBS는 “지난 1월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을 때 한 공군부대에서 우한코로나 의심 병사와 밀접접촉 병사들을 폐막사에 격리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이 머무른 폐막사는 난방은커녕 물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화장실도 없어 양동이에 비닐을 깔고 용변을 보게 했다. 식수와 식사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대는 해발 1400m 이상 고지대에 있어 체감온도가 실제 온도보다 10도 이상 낮다. 이런 부대에서 난방도 안 되는 폐막사에 병사들을 격리했음에도 공군 자체 감찰 결과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결국 격리수용됐던 병사 4명 가운데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폐막사에서 2박3일을 지낸 뒤에야 군 치료센터로 후송됐다.

    보도가 나오자 이튿날인 24일 페이스북 등 SNS에는 육군 1사단과 12사단, 25사단 등의 격리상황을 폭로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휴가갔다 복귀했다는 25사단 병사는 “과거 독신간부숙소(BOQ)로 사용했던 폐막사에 수용됐는데 먼지구덩이와 쓰레기더미”라고 밝혔다.

    1사단 병사도 “다른 대대가 과거 사용했던 폐막사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며 씻는 것은 물론 화장실 사용도 어려운 곳에서 2주 동안 지내게 됐다고 밝혔다. 12사단 병사는 “격리된 사람은 120명인데 햄버거빵을 60개만 줘서 취사병들이 이를 하나하나 뜯어서 배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국방부는 4월26일 전 군의 격리병사 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이후 4월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장관이 “최근 일부 부대에서 우한코로나 방역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 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 제공, 입영 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5월1일부터 개선책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