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영방송 조례안… 도의회 141석 중 민주당이 132석, 본회의서 의결 가능성 언론노조 "사실상 이재명 대권 홍보방송 전락" 우려… "재단법인 전환 의무화해야"
  •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가 정권친화적 편파방송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TBS와 유사한 지상파 공영방송국을 경기도에 설립하는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주목된다. 

    특히 해당 조례안에 경기도지사에게 방송편성 책임자 임명권과 편성규약 제정 등의 권한을 주는 조항이 포함돼 방송 독립성과는 거리가 먼 '도정 홍보방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야권에선 "현 조례대로 운영될 경우 해당 방송국이 도지사의 '딸랑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실정.

    이 같은 지적에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국중범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도지사가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제작 및 취재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할 것을 명시했다"며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편성 책임자 임명에 편성규약, 심의기구까지 도지사 뜻대로"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는 21일 오전 열린 회의에서 국중범 민주당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공영방송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도의회는 오는 29일 열리는 4차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도의회 전체 의석(141석) 중 민주당 소속이 132명이라 큰 무리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3월 경기도 유일의 지상파 민영 방송사인 '경기방송'이 폐업하면서 침해된 도민의 알 권리와 청취권을 해결하기 위해 공영방송국을 설립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에 따르면 이 조례안은 도지사가 방송의 편성(제6조), 편성규약(제7조)부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제12조)와 시청자위원회(제13조)까지 제정하고 임명하도록 돼 있다. 특정 방송사업자나 재단법인이 아니라, 경기도지사가 방송편성 책임자 임명권이나 편성규약 제정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홍보방송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일 해당 조례안의 여러 '맹점'을 지적한 성명을 낸 언론노조는 "현재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조례안은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시작한 TBS의 적용 조례와 유사하다"며 방송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경기도 공영방송국의 '재단법인 전환'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해당 조례안은 '도지사가 경기도 공영방송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해 운영할 수 있다'는 식으로, 공영방송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 조건인 '재단법인으로의 독립 방안'을 임의규정으로 명시했다"며 "중앙정부의 검토부터 도의회 의결까지 법인 설립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면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될 도지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렇게 명확한 한계를 가진 조례안으로 경기도가 지역 공영방송을 만들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조례안을 처리할 도의회 상임위는 ▲'경기도 공영방송을 재단법인으로 전환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개정하고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경기도 지사가 되더라도 방송의 편성(제6조), 편성규약(제7조), 방송프로그램 심의기구(제12조) 및 시청자위원회(제13조)에 대한 제정권과 임명권을 독점할 수 없도록 이를 의무조항으로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박성중 "'경기도판 TBS' 만들어 이재명 대권가도 활용할 것"

    조례안 심의에 참여한 김규창 경기도의원(국민의힘·여주2)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내 공영방송국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TBS처럼 편파보도 방송이 돼선 안 된다"며 "방송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도지가가 인사권을 휘두르면 공영방송의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TBS의 전철을 밟게 될 우려가 크고, 결국 도지사의 '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해당 조례안이 수정·보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아직 공모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방송이 반납한 FM 주파수 99.9㎒의 새 사업자 선정 공모에 4곳에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써부터 나머지 3곳이 '들러리'라는 소문이 나도는데, 중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심사과정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이 폐업을 앞둔 경기방송 관계자와 접촉하려 했다"며 "경기도가 폐업한 경기방송 주파수를 인수해 경기도판 TBS를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겉으로는 도의회가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방송 폐업을 앞두고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대표가 경기방송 관계자와 접촉하려 한 사실 등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기도가 '경기도판 TBS'를 만들어 이재명의 대권가도에 활용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기도에 '제2의 김어준 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서울 시민의 세금을 받아쓰는 공영방송이 박원순 전 시장의 나팔수 노릇을 해온 전철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측근 '경기도 공영방송' 개입설 나와 

    월간조선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부터 국회와 경기도청,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 '경기도가 폐업한 경기방송의 주파수를 인수하고 경기방송 인력을 활용해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산하에 비영리재단 형식으로 경기교통방송을 만든다'는 말이 나돈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는 전임 남경필 지사 시절 만든 도 산하기관으로,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당선된 이후 2대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로 취임한 이석훈 대표는 성남 케이블방송 '아름방송'의 보도국 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 성남FC의 마케팅사업부장과 대표이사를 거쳤다. 

    월간조선은 "이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며 "케이블방송 경력을 살려 도(道) 방송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경기방송이 폐업하자 도의회의 제안으로 타당성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경기도는 비영리 형태의 공영방송 설립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별도의 '재단'을 설립하고 약 150억원을 투입해 내년 하반기부터 방송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기방송이 반납한 FM 주파수 99.9㎒에 대한 신규 사업자 허가 절차에 돌입하면 해당 공모에 참여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5월 초부터 공모 절차가 진행되면 새 사업자 선정까지 5~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법상 지자체가 공영방송을 설립·운영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지자체 산하 방송이 될 경우, 방송 공정성이나 독립성이 온전히 확보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TBS도 서울시의 사업국에서 독립된 재단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방송국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경기도로부터 신청은 들어오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방송 독립성을 보완하는 문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모쪼록 지역민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중립적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잘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