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의회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일 없다" 읍소… 민주당 장악한 시의회 협조 쉽지 않을 듯
  •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가장 큰 걱정"이라던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예상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협치' 부탁에도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정책 수행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현재 서울시의회 시의원은 109명으로 이들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 취임과 관련해 '축하한다'면서도 "그간의 아집은 넣어두라"고 경고했다.

    오세훈, 출근 첫날 시의회 찾아 "의회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일 없다"

    오 시장은 출근 첫날인 지난 8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찾아 "의회에서 안 도와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협치를 당부했다. 

    오 시장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제가 속한 정당이 소수정당이라 솔직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와 주시고 지도편달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지적해 달라"며 고개를 숙여 협조를 요청했다.

    같은 날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신임 시장 취임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을 축하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민의 행복과 안전, 민생 안정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덕담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정쟁적 대립관계는 지양하고, 서울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할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시정의 빠른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뒤이어 오 시장을 직접 겨냥하는 글이 이어졌다. 시의회 민주당은 "다만 권토중래(捲土重來)하여 돌아온 만큼 과거의 실패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 할 때 서울시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 시장의 과거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간 보여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지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시의회, 오세훈 과거 실패로 평가… "의회가 감시·견제할 것"

    서울시의회 역시 오 시장 당선을 축하한다면서도 "시정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다 보면 진행 중인 사업이 흔들리거나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의회는 이어 "오 당선자께서 복지나 돌봄, 도시재생과 일자리 마련 등 지난 10년 동안 서울이 추진해온 역점사업을 지속성 있게 이끌어 주실 것을 믿으며 '시민행복'이라는 철학이 담긴 사업들이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유야무야되지 않도록 의회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서울시의회 의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사업과 관련 "시장이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니다.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하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비판해온 오 시장에 반대하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의장은 "광화문광장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혈세 낭비"라며 "혼란만 초래할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 간부와 첫 인사에 참석한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 간부와 첫 인사에 참석한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완화, 재개발·재건축 완화 등 주요 공약과 관련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 다수당이라고 해서 반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35층 제한을 푸는 것은 의회 조례 개정 사항이라 상임위에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 여부와 관련해서는 "서울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의회 동의 과정 등 여러 가지가 엮여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서는 "필요하다면 집행부와 상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이런 서울시의회의 행태가 오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한 견제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지금 상황 못마땅해하는 민주당의 저항"

    국민의힘 소속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9일 통화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상황이 당연히 못마땅하지 않겠느냐"며 "10년 동안 자기들이 주인 행세를 하다 서울시장이 바뀌니 강력히 저항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이미 한 번 시장을 해본 사람인데 경험이 있지 않으냐"며 "행정절차에 있어 원칙을 지킨다면 시의회에서도 자기들 고집대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에서 오 시장을 방해하라는 '미션'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1년 뒤 선거를 앞두고 자기 앞가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오 시장을 방해할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 성 의원은 "너무 티나게 방해하면 공무원들과 사이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만큼 전투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서울시의회의 견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일 아니냐"면서도 "고 박원순 전 시장 당시 '담합' '야합'하던 시의회 민주당이 지금은 오 시장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협박' '방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오 시장은 이미 시장을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업무인수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서둘러 미리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며 "오 시장을 향해 '네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의회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못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행태는 견제 아닌 '협박' '방해' 수준"

    또 "결국 박 전 시장의 뜻을 이어받자 했는데 실패하면서 '네가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는 식인데, 민주당이 한국정치의 저급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 시장이 이번 1년을 다음 재선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의회가 오 시장에게 협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면서 "결국 오 시장이 얼마 안 남은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오 시장이 성과를 내면 안 되는 것"이라며 "오 시장이 뭐라도 성과를 내면 내년 선거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결국 자기 정책을 마음대로 펼 수 있는 것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일 것"이라며 "오세훈이 이전과 다르게 낮은 자세를 보이는 것도 1년 이후를 보는 것이고 민주당은 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