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 "납북 피해로 정신적 고통 현재도 계속돼"… 법원, 지난해 7월 이어 북한 상대 두번째 원고 승소 판결
  • 6.25 납북 피해자 자녀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 납북 피해자 가족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에는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납북 피해자 최태집 씨의 자녀 최병희 씨가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북한과 김정은이 소송에 응하지 않자 공시송달의 방법을 통해 사건을 심리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관계인이 소송서류를 받지 못할 경우 민사소송법에 따라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재판부, 원고 측 요구한 위자료 전액 인용

    재판부는 "김 위원장은 최씨가 입게 된 정신적, 경제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며 "최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 측이 요구한 위자료를 전액 인용한 것으로 1950년 10월1일부터 2021년 2월27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연 11%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김정은은 최씨에게 총 2억원 이상의 위자료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최태집 씨는 1950년 9월 거주지인 경남 합천군 소재 산골에서 북한군에게 납북돼 지금까지 생사불명인 상태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정치·경제·사회 주요 인사를 비롯해 공무원 등 10만명 내외의 민간인들을 납치해간 후 아무 소식도 전해주지 않았다. 이에 최씨의 유일한 가족이자 딸인 최병희 씨는 지난해 12월 2일 북한과 김일성의 상속인인 김정은을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최씨를 대리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측은 "김 위원장은 김 주석으로부터 '북한 수령' 지위를 이어받아 북한에서 납북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차별과 박해를 계속 가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러 이를 추측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남은 가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게 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전협정에서 1950년 6월 24일 이후 휴전선을 넘어간 민간인들이 귀향을 원한다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명시했으며 국제인도법 또한 무력분쟁시 억류된 민간인들을 본국에 송환시키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변 측은 소송 청구 취지에 김 위원장이 납치 사실을 계속 부인하며 납북 피해자들을 송환하지 않는 불법행위도 저지르고 있으며, 생사 여부 등도 확인해주지 않아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뱅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변 "이번 판결로 추가 피해자 소송시 승소 가능성 높아져"

    한변 대변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 6.25 납북 피해자 가족이 북한정권과 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이후 추가 피해자들의 경우 유사한 소송 제기 시에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강제 납북이 불법적인 행위었다는 점과 관련해 인과관계가 인정된 것으로 당시의 북한의 행태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점이 금전적인 손해배상액으로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인권을 외면하고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한주민들을 그대로 북한으로 보내 인권말살에 동조하고 있다. 이 판결은 다시금 북한의 기본적인 반인권적 행태를 확인해주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탈북 국군포로 2명 김정은 상대 소송서 승소

    앞서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돼 강제노역한 탈북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당시 원고 측 대리인은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집행하는 과정에 대해 법원에 공탁된 수령 주체가 북한으로 돼 있는 20억원에 채권을 추심해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20억원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맡긴 돈이다.

    다만 경문협 측이 법원 추심 명령에 따르지 않아 원고 측은 아직까지 위자료를 지급받지 못했다. 이들은 경문협 측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