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급 분반 위해 채용한 기간제 교사 중 76% '협력교사'로 배치…"정규 교사 부담만 가중시킨 탁상행정"
  • ▲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분반을 위해 기간제 교사 1961명을 채용, 현장에 투입했으나 이 가운데 76%는 협력교사로 기존 교실에 배치됐다. 사진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 ⓒ뉴시스
    ▲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분반을 위해 기간제 교사 1961명을 채용, 현장에 투입했으나 이 가운데 76%는 협력교사로 기존 교실에 배치됐다. 사진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모습. ⓒ뉴시스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매일 등교를 위해 기간제 교사 2000여 명을 채용‧투입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과밀학급을 분반하겠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를 대거 채용했지만, 이들의 76%가 '협력교사'로 기존 교실에 배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해 분반 학급을 맡은 교사는 12%에 그쳤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정규직만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 떨어진다'는 교육계 비판에도 채용 밀어붙인 정부

    교육부는 지난 1월 26일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특수학교 학생 위주로 등교수업을 우선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1~3학년 중 학생 수 30명 이상 과밀학급에는 기간제 교사 약 2000명을 추가 배치해 교실 밀집도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미리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를 확충했어야 하는데 갑자기 기간제 교사를 대거 투입하는 것은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 여건상 아이들을 나눌 공간이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교육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1학년도 학교 운영 현황 점검 결과 및 향후 지원계획'에 따르면 학생 간 안전한 거리두기를 위해 초등 기간제 교원 1961명을 채용했지만 이 가운데 76%인 1473명이 협력교사 형태로 학습 지원을 위해 배치됐다. 거리두기를 위한 분반에는 불과 244명(12%)만 투입되는데 그쳤다. 당초 채용 취지와 달리 '1교실 2교사제'로 변질된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장 모 교사는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등교 수업 확대를 위한 기간제 교사 투입 정책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분반할 공간도 없이 교사 수만 늘리면 어떻게 하냐는 반응이 현장에서 주를 이뤘는데 실제로 그냥 한 교실에 교사 2명이 들어가게 됐다"며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학급 밀집도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업무만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현장 교사 70% "기간제 교사 투입 반대"… 학급 증설 없이 활용 불가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 12~17일 정원 외 기간제 협력교사 운영학교 교원 6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가 '반대한다'('반대' 26.32%, '매우 반대' 43.68%)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25.59%('찬성' 16.91%, '매우 찬성' 8.68%)에 머물렀다.

    특히 관리자인 교장(50.9%)보다 일반 교사(73.3%)의 반대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번 기간제 교사 배치 정책에 대해 학교 현장의 거부감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정책 반대 이유로는 '학급 증설 없이 과밀학급 협력교사 활용 불가' 응답이 48.6%로 가장 높았고, '실효성 부족'(전문성 문제 및 학력 격차 해소에 실질적 도움 안 됨) 29.4%, '담임교사의 부담 증가'(수업 지도 불일치, 학적 관리 등) 9.7%, '학교가 직접 협력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어려움' 2.0%, '학부모 민원'(담임에게 수업받겠다 등) 1.2%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단체 "막대한 예산 들여 비정규직만 양산한 꼴"

    '1교실 2교사제'는 추가로 배치된 협력교사가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을 돕거나 학생의 질문을 해결해 주는 등의 역할을 맡는 제도다. 교육부는 비대면 수업으로 야기된 학습 격차 문제를 이처럼 협력교사가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상당수 교사는 이런 제도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김 모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부의 정책 의도는 그럴 수 있지만 실제 학생이 수업 시간에 모르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협력교사에게 자주 물어볼 경우 주변 친구들이 이해력도 부족하고 학습 능력까지 떨어지는 소위 '부진아'로 낙인찍을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한 학부모의 반발이나 학생의 상처를 생각하면 시행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전했다.

    교원단체도 정부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양산하면서 일자리를 늘렸다는 생색내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통화에서 "교육 현장의 여건과 현실도 모르는 '일방행정'‧'탁상행정'으로 인해 학교 부담만 키우고, 그 뒷감당은 오로지 교사들이 힘들게 해내고 있다"며 "원래 취지도 이루지 못하고 '1교실 2교사제'를 초래하느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비정규직만 양산한 꼴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교육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