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혈맹' 버리고… '운명공동체' '백도혈통(百盜血統)' 따르려는 文 정부
  • ▲ 2019년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019년 12월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먼 산이 푸릇푸릇해지기에 앞서 봄을 느낀다. 누런 먼지를 쳐다보며 들여 마시기도 한다. ‘크고 좋은 이웃나라’를 둔 덕택이다.

    지난해에는 ‘돌림병’도 안겨줬다.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고 하시기에 흔쾌히(?) 받았다. ‘운명공동체’라는 말씀을 새삼 실감했다.

    그 나라 ‘공산당(共産黨)’을 좋아하고, ‘모(毛)’주석님을 존경하신단다. 큰 산봉우리인 그 나라 앞의 작은 봉우리가 이 나라라고도 하셨다. 3년여 전에는 그 나라 수도(首都)를 방문하셔서 기억도 생생한 ‘혼밥’을 여러 차례 드셨다.

    융숭한 배려를 잊지 못해서인지 ‘시(習) 따거’의 서울 뫼시기를 지금까지 손꼽아 기다리시고 있다. 딱히 그래서 그렇지만은 아닐지라도….

    "한미 동맹은 최근 미-중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역학구도와 거래적인 동맹 이슈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역풍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중국과 북한 관련한 주요한 안보적 도전에 공동의 접근을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최근 동맹국인 양키나라의 저명한 연구소(CSIS)가 펴낸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이라고 한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그 본질은 ‘한-미 동맹’의 심각한 이완을 주목하는 대목 아니겠는가. 이런 가운데….

    양키나라의 정권 교체와 관련해서 미-중 관계,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기감에 따른 ‘대중국(對中國) 압박’이 큰 쟁점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목표와 지향성이 분명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의 정상회담이 엊그제 진행됐단다. 회담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이란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非核化)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 하며…."

    북녘 핵무기가 노리는 제1의 목표가 어디인가. 이 나라가 제1의 당사자가 틀림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상회담’이 있기 직전에 이 나라 외교부에서는 이랬다고 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3월 11일 중국 견제용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참여)'에 대해 ‘특정 국가를 배척하거나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배타적 지역 구조는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역대 정부가 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쿼드’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견제하는 성격을 갖는다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녘 비핵화(非核化)’를 위한 국제적 공조(共助) 같은 건 크게 상관할 바도 아니란 얘기다.

    ‘외교부 1차관’ 정도(?)가 그저 한마디 한 걸 가지고 뭘 그리 큰 의미를 두냐고 할 수도 있다. 윗분들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그 차관이 총대 멘 거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다 치자….

    동맹국과 우방들이 ‘북녘 비핵화(非核化)’에 대해 단호한 입장과 원칙을 표명하는 시점에서 ‘제1의 당사자’인 이 나라의 ‘국민’들은 묻고 싶은 게 있다.

    "과연 촛불정권의 ‘북녘 비핵화(非核化)’에 대한 실질적·본질적인 솔직한 입장은 어떠하며, 해법과 대책은 무엇인가? 저들과 어떻게 같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 특히, ‘제1의 당사자’라는 확신과 의지를 과연 갖고나 있나?"

    이에 더하여….

    “미-중 경쟁이 첨예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 나라는 어쩔 건가?”

    구체적인 건 차치하더라도, 그 답의 방향을 대충이라도 듣고 싶다만, 글쎄….

    저들 ‘쿼드 정상회담’이 있었던 날에는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로 나라가 또 다시 조각나기 시작했다. 땅을 쪼개서 사고 파는데 이골이 나서 그런가?

    이즈음에는 서울과 부산의 ‘주물럭 심판’ 선거를 앞두고 내 편 네 편 할 거 없이 난투극들을 벌이고 있다. 그 선거가 끝이 아니다. 곧바로 이른바 ‘대권(大權) 경쟁’이 이어질 게다. 이것저것 돌아볼 겨를 없는 죽기 혹은 까무러치기로 가게 된다.

    차제에, 동맹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은 ‘적(敵)’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소신인지 때문에 ‘컴퓨터 게임’으로 슬며시 때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반격작전’(反擊作戰) 연습은 아예 제꼈다네. 그나마 ‘적’(敵)과 협의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들 수군거린다.

    그런데도….

    드디어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누이가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앙칼지게 한마디 퍼부었다고 한다.

    "남조선 당국이 앞으로 상전의 지시대로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그처럼 바라는 3년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

    그러하다 보니….

    핵무기를 움켜쥐고,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의 협박 앞에 헛웃음을 지으며 굴종을 감내해야 할 처지가 그리 멀지 않다는 슬픈 우스개도 있다. 이미 ‘특등 머저리’ 취급은 받고 있질 않는가.

    더구나, 이른바 ‘2드’ 즉, ‘사드(THAAD)’와 ‘쿼드(Quad)’로 상징되는 이 땅 주변의 정세 속에서 재차 ‘낀 나라’ 신세가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비칠거릴 날이 눈앞에 어른거린다는 한탄이 거세다.

    혹여 큰 산봉우리에 기대겠다며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다가 70년 동맹이 바다 건너가는 꼴을 멀거니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높다. 전작권(戰作權) ‘환수’고 ‘전환’이고 필요 없을 테니, 바라던 바라고 해야 하나.

    앞에 언급한 양키나라 연구소(CSIS)의 이어지는 충고(?)가 여느 때보다 뒤통수를 아프게 후려치는 정세이고 상황 아니던가.

    "한국이 영토에 대한 야심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강대국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터프한 이웃국가 옆에서 번영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역내 안보 도전에 함께 대응할 핵심 파트너이다…."

    70여 년 간 쭈욱 ‘상식’(常識)이었던 사실이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흐릿한 봄날이다.


    - 李 竹 / 時事論評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