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 "어떤 위치에 있든"… 정계 진출 가능성, 간접적 시인
  •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 ⓒ정상윤 기자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발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 무너져... 두고 볼 수 없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인사도 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2019년 7월25일 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19개월 만에 임기를 142일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등을 수사하며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으나,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비위의혹을 수사하면서 정부·여당과 사이가 틀어졌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에는 갈등이 표면화해 지난해 11월에는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징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윤 총장은 최근 여권에서 중수청 설치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나서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직을 걸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어서 막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은 측근들에게 '내가 그만둬야 중수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어떤 위치에 있든"… 정계 진출 가능성 커

    총장직에서 물러난 윤 총장이 이후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도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 "어떤 위치에 있든"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권에 입문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을 1년 앞둔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직 검사나 법관이 공직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려면 1년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9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되지만, 이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윤 총장의 출마를 막기 위한 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 대표가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다고 해도 이날 사퇴한 윤 총장은  2022년 3월9일 열리는 차기 대선에 출마가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정치행보가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권이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야권의 붕괴와 대대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윤 총장은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등에 입당하기보다 유력인사들과 손잡고 제3당을 창당할 공산이 크다. 

    윤 총장의 사퇴가 오는 4월 재·보궐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은 재보궐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후보가 확정된 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