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 기업, 아연 수출대금 53억원 떼먹었다”…美연방법원, 푸에블로호 사건 판결문 공개
  • ▲ 평양 대동강변에 전시돼 있는 푸에블로호. 미국 연방법원이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이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공개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양 대동강변에 전시돼 있는 푸에블로호. 미국 연방법원이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이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공개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기업단체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53억원의 아연 수출대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미국 연방법원은 “푸에블로호 사건 승조원과 가족·유족들에게 23억 달러(약 2조 582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북한 “한국 기업이 아연 대금 53억원 떼 먹었다”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소속 업체 A사가 한국 기업 B사를 상대로 물품 대금 5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채널A> 등이 법조계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A사는 2010년 한국의 B사와 계약을 맺고 아연 2600톤을 공급했는데 대금 가운데 53억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아연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 변호사는 “북한 기업이 원고 자격으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사건”이라며 “오는 4월에 1심 판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재 변호사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서원 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북한이 ‘민간기관’이라고 주장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는 통일전선부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산하에 있는 어용기구다. 나진·선봉 특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대남경제협력을 관리하는 곳이다.

    美연방법원 “북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유족에 23억 달러 배상하라”

    한편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판결문을 공개했다. 법원은 북한에게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유족 171명에게 약 23억 달러(약 2조 5820억원)를 배상하라”고 명시했다.

    법원은 “북한은 푸에블로호 승조원 49명에게 1인당 1310만~2380만(약 147억 1400만~267억 2700만원) 달러, 그 가족 90명에게 총 2억25만 달러(약 2248억 8000만원)를, 유족 31명에게는 1억 7921만 달러(약 2012억 8800만원)를 배상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을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2926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의 최종 배상액은 23억 1000만 달러(약 2조 5964억원)으로 결정됐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이날 공개된 북한의 배상액은 당초 원고 변호인 측이 요구한 액수보다는 적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법원이 명령한 역대 북한 배상액 가운데는 가장 큰 액수”라고 덧붙였다.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유족들 또한 웜비어 씨 가족처럼 해외에 있는 북한 자산의 압류 및 매각이 가능해졌다. 북한은 2018년 12월 고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 때처럼 이번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소송에도 아무런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 또한 북한 측 관계자 없이 ‘궐석재판’으로 내려졌다.

    푸에블로호는 미해군 소속 정보수집함으로 1968년 1월 동해에서 북한군에 나포됐다. 승조원 83명은 평양으로 압송됐다. 지루한 협상 끝에 같은 해 12월 23일 생존한 승조원 82명과 사망자 1명의 시신이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 북한은 푸에블로호를 평양 대동강에 전시해 놓고 있다. 그로부터 48년 뒤인 2018년 2월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은 북한에 강제로 억류된 데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했고, 이번에 판결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