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시장이 답이다"… 이미 '공공의료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공공타령'하는 정부의 속내는?
  • 지난해 봄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유행한 코로나19가 잦아든 후, 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한 것은 공공병원 덕분"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이어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며 '공공병원 증설',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실질은 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등 일련의 '양적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의사단체와 현장 의사들이 반발해 길거리로 나섰고, 전국의 의대 본과 4학년들이 의사국가고시(국시)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공공의료라는 파랑새(도서출판 기파랑 刊)'는 문재인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공공타령'의 밑바탕에 깔린 '의료사회주의'의 속내를 폭로하는 동시에 시장친화적 대안까지 제시하는 책이다.

    "'문재인 케어'는 나라곳간 거덜내는 선심성 포퓰리즘"


    우리나라는 이미 '전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이라는 의료보장 제도를 완비한 공공의료 국가다. 공공병원, 민간병원 할 것 없이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하에서 의무적으로 공공의료(건강보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민간의료(영리병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보장을 처음 도입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77년이다. 국민소득 100달러(연간) 시절, '복지'와 '산업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초창기 의료보험은 적게 내고 적게 받는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의 '77 패러다임'에 입각해 설계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보험의료(공공의료) 이외에 국민이나 의료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민간의료(영리병원)와 민간의료보험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이 완성되고 2000년 의료보험 재정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완전 통합된 뒤에도 '77 패러다임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라는 건강보험의 근간은 바뀌지 않고 있다.

    바로 여기서 건강보험과 공공의료의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의료기관은 적게 받으므로 '비급여진료'나 '혼합진료' 등으로 수지를 맞추고, 의료이용자는 적게 내므로 '닥터쇼핑' 등으로 의료를 남용하기 일쑤다. 게다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해마다 증가하고, 대형병원과 의료진 등 의료자원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보인다.

    저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재정과 나라곳간을 거덜내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취약계층 보호, 의료자원 편중 해소 등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저자는 ▲수가 현실화 ▲건강보험 구조개선 ▲의료 이원화(영리병원 허용) 등을 제시한다.

    현직 의사들,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실효성에 의문 제기


    지난해 여름 의사단체의 집단행동과 전공의(레지던트) 파업, 뒤이은 의대 졸업반들의 '국시 거부 파동'은 문재인 정부의 10년간에 걸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계획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코로나 정국에서 의사집단과 간호사집단을 갈라치기한 대통령의 발언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문재인 정권의 의대 정원 증원은 그냥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사, 감염내과와 중증외상 등 특수분야, 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확충이 골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의대 증원과 거의 동시에 내놓은 국립공공의대(의전원)도 마찬가지로 지역의사와 특수분야 의사를 국비로 양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저자는 "전문의 한 명을 양성하는 데 13~14년이 걸린다"면서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단순한 양적 확대 때문이 아니라, '공공' 일변도의 양적 확대가 의료사회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게다가 정권의 무수한 도덕불감증과 내로남불 사례에서 익히 짐작할 수 있듯,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는 '친정부 586 자녀'들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로 변질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책 제목의 '파랑새'란, 메테를링크 동화 속 파랑새처럼 공공의료는 이미 우리 곁에 있으며, 이 건강보험의료를 더 건전하고 실효성 있게 다듬어 나가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책임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행복이 왜 꼭 파랑새여야 하는가?"라고 되묻는다. 예를 들면 왜 국가가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까지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나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나의 자유를 박탈하는 국가'이자 '전체주의 그 자체'라며 '나의 삶은 내가 책임지고 가꿔 나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 저자 소개

    이은혜: 영상의학과 전문의.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을 받았다. 현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유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수련간사와 품질관리간사로 활동했고, 원내에서는 QI(QUALITY IMPROVEMENT, 의료질 향상)실장과 사무처장 직무대리를 수행했다. 국가암검진 질관리사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관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