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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뉴데일리
    ▲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뉴데일리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핵심이유 중 하나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반정부적 성향의 인사 명단,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보수단체에 수십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화이트리스트' 사건도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내 편은 챙기고 상대편은 내치는 '관행'은 이명박 정부 때도 있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좌파 연예인 대응 티에프(TF)'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 명단을 추리고 지상파 3사에 이들의 활동 배제를 요청했다. 방송인 김제동, 배우 권해효·김규리(구 김민선) 등 주로 공개석상에서 정치성을 드러낸 연예인들이 국정원의 타깃이 됐다.

    블랙리스트로 전 정권 '단죄'… 환경부 블랙리스트 드러나 망신


    국정농단 사태를 기화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블랙리스트 건으로 단죄하며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꾀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직권남용·강요·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내로남불 정권'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판결 직후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기 위해 139차례 관련 보고와 지시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요계에선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해오던 가수가 10년간 몸담았던 음악 방송에서 하차하는 일도 생겼다.

    지난해 9월 "Choo하다 Choo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대깨문(대통령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비난 이지메'를 당했던 가수 JK 김동욱은 지난달 25일 'UBC 울산방송'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았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출연 후 2주일 만에 MC 자격을 박탈당한 그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하나?"라고 반발했다.

    이명박·박근혜 때 블랙리스트… 文정부 들어 '영전'


    블랙리스트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논란도 불거졌다.

    중앙일보는 16일 'MB·朴 블랙리스트서 화이트로…정권 바뀌자 한자리씩 꿰찼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총 10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요직을 꿰차는 등 보상성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 조직적인 배제를 당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2008년 5월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것이 낫겠다"는 글을 SNS에 올린 뒤 국정원발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배우 김규리는 2019년 2월부터 서울시 산하 공영방송 TBS에서 '김규리의 퐁당퐁당'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사회를 봤다는 이유 등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권해효는 2018년 8월 한국영상자료원 비상임이사가 됐다. 권 이사의 임기는 오는 8월 19일까지다.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오다 2011년 전격 하차한 개그우먼 김미화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해설을 맡은 데 이어, 그해 4월 발족한 (사)희망래일의 동해북부선 연결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미화는 지난해 9월부터 안산시 산하 기관인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김 이사의 임기는 2년, 연봉은 약 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탁현민·김제동 몸담았던 소속사 대표, 콘진원 원장 변신


    대표적인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된 방송인 김제동은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이후로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8년 4월 MBC에 복귀, 이듬해 9월까지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를 진행했다.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김제동이 몸담았던 연예기획사 '다음기획(현 디컴퍼니)을 운영했던 김영준 대표는 2017년 12월 임기 3년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에 임명됐다. 김 원장은 지난해 연말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이밖에 공개 무대에서 정치 성향을 드러내 블랙리스트에 오른 가수 이은미는 TBS에서 2019년 5월부터 '이은미와 함께라면'을 진행하고 있고, 한때 '좌파 소셜테이너'로 이름을 날린 배우 김여진은 지난해 1월 임기 2년의 영화진흥위원회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알려진 유창서 프로듀서와 2017년 5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블랙리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영화 '변호인' 제작자 최재원 씨도 김여진과 같은 날 영화진흥위원회 비상임이사가 됐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단식 농성에 동참했던 이미연 감독은 2018년 2월 임기 3년의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이었던 이원재 문화연대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해 5월 임기 2년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상임이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