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백신업체-제품명 안 밝혀도 된다"… '비상시 백신명 미표기법' 발의'비상시 백신 신속 유통' 명분, 이달 처리 방침… 의료계 "무검증 백신, 황당하다"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비상시 백신 생산업체명과 제품명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일명 '비상시 백신명 미표기법'을 추진한다. 수입하는 백신의 표시기재의무와 수입자의 품질검사의무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자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공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백신 품질검사 면제' 약사법 개정 추진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약사법 개정안은 우선심사법안으로 분류해 2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한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백신을 빠르게 공급해 코로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법이 미비한 부분을 찾아 신속하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심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약사법 개정안(신현영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국가비상상황에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및 수입자의 표시기재의무와 수입자의 품질검사의무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와 수입자가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첨부문서에 업체명·제품명·제조번호·유효기한 등 허가사항을 알기 쉽게 기재하도록 표시기재의무를 명시했다. 또 해외 제조원에서 품질검사를 실시한 의약품이라도 수입 후 품질검사를 실시해 적합한 물품을 출고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과정을 모두 면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우한코로나(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백신 수입과 유통 속도를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안은 이러한 의무를 면제하는 상황을 생물테러감염병 및 그밖의 감염병의 대유행과 방사선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의약품으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제조 또는 수입하는 의약품부터 적용된다.

    수입자 품질검사에는 6개월~1년 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측은 품질검사가 제조사, 수입자, 식약처 등 3가지를 거치고 있어 국가출하승인을 받는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우려… 검증 안 된 백신 유입 가능성

    문제는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추후 백신 공급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무더기로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법안"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위해 품질검사를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하겠다니 황당하다"며 "정부가 백신 선구매전략을 등한시 해 백신 도입이 늦어진 것이지, 표시기재의무와 품질검사 과정이 있어서 늦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이번 법안은 "현재 법에서 작동하는 식약처의 역할을 허물어뜨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이러다 여당이 식약처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도 "러시아산이나 중국산 같은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백신들이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업체명과 제품명도 표기하지 않고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며 "특히 품질검사까지 면제하는 것은 의사로서 백신을 국민들에게 권할 명분을 없애는 행위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발목잡기 프레임 빠질라 '전전긍긍'

    게다가 개정안은 안전성을 강조하던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백신 도입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백신을 맞더라도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고,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야당은 고민에 빠졌다. 해당 법안에 찬반 의견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자칫 개정안에 반대했다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방역의 끝판은 백신이라는 의견이 많아 한시적으로 검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면서도 "안전성도 매우 중요한데 (이를 문제 삼으면) 민주당이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백신 수급과 접종이 늦어진다고 본말을 전도시킬 우려가 있어 매우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중국산 백신을 무더기로 들여오려는 사전정지작업이라는 느낌이 있다"며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법적 절차를 핑계삼으려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