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의견서로 원안위 '폐쇄결정' 설득… 靑·산업부, 전방위적 월성 조기 폐쇄 작업 나선 정황도
  • ▲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에 '월성 1호기 가동하면 적자'라는 내용의 거짓문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11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해당 문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한수원 이사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폐쇄 이후 제기될 민형사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백운규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작업이 진행되던 2018년 4월께 한수원 스스로 '월성 1호기는 가동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취지의 거짓 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산업부 담당 공무원과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손익분기점과 통상 가동률 수치를 조작해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이익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결론냈다고 한다.

    민간 주주 반발 예상해 거짓 문서 작성 지시

    백 전 장관이 거짓 의향서를 쓰게 한 것은 한수원의 모기업인 한전의 지분 49%를 민간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경제성이 있는 상태에서 월성 원전을 폐쇄할 경우 민간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거나 형사상 책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결국 한수원 이사회는 조작된 보고서를 근거로 2018년 6월 15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다. 이후 원안위에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해 2019년 12월 24일 가동 중단 승인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2018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정점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감사원 감사에 이른 검찰 수사에서는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그의 밑에서 일하던 행정관 2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3월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산업부의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방침은 '원자력안전위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 2년 6개월 더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2018년 4월 초부터 '즉시 가동 중단'으로 급변했다.

    文 "월성 가동 중단 언제?" 묻자 '즉시 가동 중단' 착수

    직접적인 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4월 2일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한시적 가동' 보고서를 들고 온 산업부 정모 과장에게 "너 죽을래? 즉시 가동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 무렵 청와대 채희봉 전 비서관은 산업부 원전 담당 박모 실장(1급)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할 수 있도록 원전 관련 수치를 뜯어 고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월성 1호기 판매단가와 이용률을 낮게 해 '가동할수록 손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함이었다. 채 전 비서관 밑에 있던 청와대 행정관 2명도 산업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에게 같은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와 산업부가 힘을 합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작업에 들어가면서,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조작된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 한수원은 회의 하루 전에서야 안건을 이사들에게 공지했고 회의 직전에는 이사회 의장이 탈원전에 호의적인 인물로 갑자기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한수원 이사회는 회의 당일 참석 이사 12명 중 11명 찬성으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안건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