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우주 기운 못 모아 감방"… 편향성 토크콘서트에 경기도 공무원 '출첵', 정치중립 우려
  • ▲ 유튜브 채널 오마이뉴스TV가 생중계 한 경기도 주최 '개성잇는 토크콘서트' 사진.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 유튜브 채널 오마이뉴스TV가 생중계 한 경기도 주최 '개성잇는 토크콘서트' 사진.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경기도가 도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치편향적 발언이 담긴 통일교육을 진행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더구나 공무원들에게 해당 교육영상에 댓글로 출석 인증을 하도록 하는 등 댓글동원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야당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법조계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출석점검 실화냐? 공산당이네"

    경기도는 지난 9일 오후 7시 개성공단 전면 중단 5년을 맞아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개성 잇는 토크콘서트'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파주 운정행복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최종환 파주시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명진 스님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경기도는 통일부와 협의해 이 행사를 '공무원 통일교육' 범위에 포함하고, 도내 공무원들이 댓글을 통해 출석을 인증하면 교육훈련 1시간30분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이에 경기도 공무원들은 퇴근 후인 오후 7시부터 해당 방송에 접속하고 실시간 채팅창에 'OO시 OO과 O급 김OO' 식으로 소속·부서·직급·이름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출첵' 실화임? 공산당이네"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될 공무원들을" "콘서트를 강제로 보게 하네" "503 시절에도 못본 걸 도통령 시절에 보게 되네" 등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강 "우주 기운 잘못 모아서 감방 간 박근혜"가 통일교육?

    문제는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들에게 통일교육이라며 시청하게 한 영상에 정치편향적 발언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콘서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추켜세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 평화부지사는 "개성공단을 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이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인데, 노 전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다' 결단을 내려서 하셨다"고 추켜세운 반면 "우주의 기운을 잘못 모아서 감방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이 2016년 2월10일 문을 닫을 때 미국 동의를 안 받았다"고 비하했다.

    이어 "개성공단을 열 때도 닫을 때도 미국의 동의가 없었고, 지금 미국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반대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 평화부지사는 "미국을 오해하고 뛰어넘는 그런 일들은 (남과 북) 지도자의 용단과 결기가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통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이 통일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이 교육은 목적에도 맞지 않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측면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를 향한 사과 요구도 잇따랐다.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예비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 부지사 출연 행사에 경기도 각 지역 공무원들이 퇴근 후 댓글 출석체크에 동원됐다"며 "이재명 지사가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강 "모든 책임 저 때문" 즉각 사과… 오마이뉴스TV는 영상 삭제

    논란이 커지자 이 평화부지사는 즉각 사과했다. 이 평화부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경기도가 어제 실시한 '개성 잇는 토크콘서트 다시 희망으로' 공무원 집중참여에 따라 불쾌해 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모든 책임은 이 행사를 주최한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이 행사를 공무원 통일교육 범위에 포함해 가급적 많은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 해명한 이 평화부지사는 "참여 여부 확인을 위해 사전 참여신청 후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 소속과 성명을 기입하도록 해 공무원들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에 이르게 됐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해당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고 가장 많은 공무원의 실시간 댓글과 1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던 유튜브 채널 '오마이뉴스TV'는 현재 이 영상을 삭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