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러시아서 2번 만나 '北 가스발전소 건설' 극비 제안… "채희봉 당시 사장이 승인"
  •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DB

    북한에 원전을 건설한다는 문건이 나온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가스공사가 가스발전소 건설 문제로 2019년 말 북한 고위관료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이 2019년 북·러 접경지역 경제현황 조사를 위해 러시아로 출장갔다는 내용이다.

    자료에 적시된 출장 목적은 △북·러 간 교역 및 산업 연계에 따른 에너지산업 협력방안 모색 △접경지역 산업 및 무역 현황 파악이었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발전소 건설 논의 등을 포함한 원산·갈마관광지구 개발 지원 논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로 출장갔던 직원인 A씨가 이 의원실에 밝힌 바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2박3일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북한 고위관료를 두 번 만났다. 이 관료는 과거 김대중·노무현정권 당시 남북 경제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참석자는 두 사람을 연결해준 '김 사장'으로 불리는 대북사업자까지 3명이었다.

    北 관료, DJ·盧정권서도 남북 경제사업 관여

    앞서 김 사장은 A씨에게 2019년 8월에서 9월 사이 두세 번 연락해 "북한이 가스에 관심이 많다"며 북한 측 관계자와 만남을 제안했다. 

    A씨는 처음 한두 번은 거절하다 10월께 '남북협력TF' 사내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채희봉 당시 가스공사 사장은 "알아서 하시라"며 승인했다고 이날 월간조선이 보도했다.

    A씨는 "북한 쪽에서 자신들이 러시아 가스를 구매해 팔면 (한국가스공사가) 사줄 수 있느냐고 물어 황당한 이야기라 어렵다고 했다"며 "원산 갈마지구 개발과 관련해 북한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느냐. 석탄 또는 수력발전소로 전력을 수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가스발전소가 들어서면 개발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대북사업이 재개되면 가스공사는) 가스발전소의 경우 1년이면 지어줄 수 있을 정도라고 북측에 이야기했다"고 이 의원실에 밝혔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원할 경우 우리가 가스발전소를 건립해줄 수 있다는 제안이지만, 미국 국무부의 대북제재 결의안 저촉 소지가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 대북제재와 별도로 자국 스스로도 대북제재 중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2397호는 '모든 산업용 기계류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며 HS 코드 84와 85로 특정까지 했는데, 여기에는 원자로와 발전기·보일러 등이 포함된다. 

    "北 관료와 에너지 협력 보고서도 논의"

    산업부 직원들이 북한 원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문서를 만든 시기인 2018년, 한국가스공사도 북한 원전 건설의 장단점 등을 분석한 '에너지 협력 보고서'를 만들었다. 

    A씨는 "보고서에 나온 내용에 대해서도 (북한 고위관료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북한 원전 건설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이 의원실에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는 "연료비와 운영비 측면에서 경제적이고 북한의 자주경제 표방에 원자력이 적합한 에너지원"이라고 분석한 연구원의 글이 담겼다.

    야당에서는 러시아 호텔 회동이 가스공사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철규 의원은 "A씨가 북한 고위관료를 만날 당시 직위가 차장이었다"며 "차장이 혼자 이런 일을 어떻게 기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산업부 외에 다른 부처도 관련 (북한 원전) 검토를 했는데 정권 차원의 추진이 아니냐"며 "박근혜정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일곱 번이나 국정조사가 실시됐는데, 민주당은 여당이 되자 그 어떤 의혹에도 국정조사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떳떳하다면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