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회견서 '박원순 성추행' 침묵… 野 "차갑게 외면" "양심 있으면 사과" 비판
  •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마치고 화상으로 참석한 시민들에게 하트를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마치고 화상으로 참석한 시민들에게 하트를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26일 4·7서울시장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박 전 장관이 여성후보인 만큼 이번 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사과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이와 관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에서는 "박 전 장관이 극렬 지지층이 두려워 한 여성에게 가해진 무참한 성폭력을 차갑게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상호도, 박영선도 출마 회견서 '성추행 대책' 제시 안 해

    박 전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출마 보고' 회견에서 "지금부터 서울시민과 함께 이 엄중한 코로나의 겨울을 건너 새로운 서울의 봄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국회 세종시 이전 후 국회의사당은 세계적 콘서트홀, 의원회관은 청년창업 주거지, 소통관은 창업 허브로 탈바꿈 ▲동여의도 방향 도로 지하화로 수직정원 스마트팜(채소 등 먹거리) 건설 ▲1인가구텔로 주택문제 해결 등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관련 언급이나 이에 따른 젠더 관련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4일 서울시장 출마 회견에서 박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성추행 대책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나경원 "피해자 고통 외면"… 안철수 "양심 있으면 사과하라"

    이에 야당 서울시장예비후보들은 일제히 박 전 장관을 향해 실망 섞인 분노를 표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기억하는 '정치인 박영선'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차분하게 그 한마디를 기다렸다"며 "같은 여성이기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기에 짧게라도 (박 전 시장 피해자에게)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썼다.

    나 예비후보는 이어 "결국 듣지 못했고, 박 전 장관은 진실을 회피했고, 피해자의 고통과 시민의 분노·실망을 차갑게 외면했다"며 "법원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의 사실관계를 확실히 인정했다. 피해자는 여전히 절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후보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몰염치인데, 기어이 나서셨다면 어찌 '그 사건'을 모른 척할 수 있느냐"고 개탄한 나 예비후보는 "극렬 지지층의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을 향해 가해진 무참한 폭력을 애써 망각한 후보는 절대, 결코 절대 시민의 삶과 인권을 보듬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궐선거 후보등록을 마친 후 박 전 장관 출마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양심이 있다면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