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 등 주요 수질지표 빠진 채 '세종·죽산보 해체' 결정 보도자료전문가 "보 개방으로 수질 악화… 홍수 예방 효과 등 경제성 평가도 조작"
  • ▲ 해체가 결정된 세종보의 모습. 상시개방된 탓에 보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 해체가 결정된 세종보의 모습. 상시개방된 탓에 보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문재인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강·영산강의 5개 보 처리방안에 전문가들과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기간의 주요 수질지표를 누락하고 발표했다고 지적했고, 금강·영산강 인근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 문제 등이 빠진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세종·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승촌보 상시개방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해체된다. 백제보와 승촌보는 해체하지 않지만, 상시개방하는 방향으로 결정돼 사실상 보의 기능은 정지된다. 해체 시기나 개방 시기는 따로 정하지 않고 지역 여건에 맞춰 시행한다.

    정부는 2017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보 5곳을 개방하면서 강의 자연성이 회복됐다는 점을 보 해체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에 따르면, 세종보와 공주보 상·하류 구간에서 멸종위기종 I급인 '흰수마자'와 멸종위기종 II급 '흰목물떼새' 등 야생생물이 관측됐다. 또 보의 수문을 열어 여름철 녹조현상이 크게 줄고 물의 흐름이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를 개방하는 동안 물이 오염된 정도를 나타내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과 같은 주요 수질지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국내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4대강사업 이후 금강 하류의 수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BOD 등 수질지표 빠진 정부 발표… 국내 연구진 "4대강 이후 BOD 개선돼"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17년 '대규모 하천 복원 프로젝트에 의한 수질 변화의 통계적·시각적 비교'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SCI급 국제 학술지인 '환경공학과학(Environmental Engineering Science)' 2019년 1월호에 게재됐다. 

    박 교수 측은 4대강사업 전인 2009년과 사업 후인 2013년의 금강 하류 수질을 비교했는데, BOD는 38%,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27.8%, 총인(TP)은 58.2%, 클로로필a(ChI-a)는 47.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표들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 해체에 불리한 지표는 일부러 삭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보 해체에 따라 농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지, 그간 지적된 홍수 예방 효과는 어떠했는지 등 보의 핵심 기능에 관한 정보도 빠져 여러 모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통화에서 "4대강사업 전후 BOD 지표 등을 보면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수질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를 숨긴 채 '자연성이 회복됐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보의 개방으로 수질은 오히려 나빠졌다"며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4대강사업 전후가 아닌, 2017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보 5곳을 개방한 뒤 관찰한 자료를 근거로 내세운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 전후를 비교해서 자료를 내놓으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니 하지 않는 것"이라며 "4대강사업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쓴다"고 혀를 찼다.
  • ▲ 죽산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회원이 1인 시위 중인 모습. ⓒ뉴시스
    ▲ 죽산보 철거 반대 투쟁위원회 회원이 1인 시위 중인 모습. ⓒ뉴시스
    4대강보해체저지범국민연합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헌 변호사는 이번 발표에서 빠진 '홍수 예방 기능'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정책은 탈원전정책과 같이 과거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려는 정치적, 환경운동적 논리에 따른 것"이라면서  "(정부는) '4대강 보 부근에서 홍수 발생이 없었다'면서 홍수 예방 효과를 '0'으로 하는 등 경제성 평가를 고의로 조작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금강·영산강 주민들 강력반대… "공주보는 충청 농민의 젖줄"

    보 해체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금강·영산강 유역 주민들 역시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는 "공주보는 예당저수지까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충청농민의 젖줄"이라며 "보가 해체되면 가뭄에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환경문제를 넘어 농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죽산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와 함께 서울에서 보 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장소는 청와대 앞과 국회의사당이 유력하다.

    한편 보 해체에 따른 세금문제도 지적됐다. 세종·죽산·공주보를 해체하는 데 816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 보의 건설에만 4963억원(세종 1287억, 죽산 1540억, 공주 2136억)이 소요됐는데, 816억원의 해체비용까지 합하면 총 5779억원이 보 해체와 건설에 사용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의 기능적 역할은 무시한 채 자연성만 생각하고 수천억원의 세금을 낭비하겠다는 결정"이라며 "원래 수질이 나쁘던 강이 보를 해체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