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제도'는 폐지되거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도록 대폭 수정, 보완되어야 마땅하다
  • 우리나라에서 작년 4.15 총선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통령선거의 선거부정 의혹으로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극렬한 대립 속에 의사당이 점거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국회의장이 거침없이 의사봉을 두들겨대고 있고 미국에선 대혼란 끝에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판치던 50~60년대


    선거 전후에 크고 작은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후보자 개인에 의한 지역적 소규모 부정도 있고 정권 쟁취나 집권 연장을 위한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도 있다. 부정의 규모나 수법도 천태만상이다.

    가장 고전적인 수법이 과거 1950~60년대의 ‘고무신 선거’나 ‘막걸리 선거’다. ‘고무신 선거’는 금품살포 선거의 대명사이고 ‘막걸리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식사나 술자리를 제공한 후 후보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선거를 말한다. 두 가지 부정이 대체로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비교적 소규모의 원시적인 선거부정이다.
     
    부정투표를 지칭하는 은어(隱語)들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 부정투표의 행태를 알 수 있다. 기표된 야당 표를 인주로 손상시켜 무효로 만드는 ‘피아노표’나 ‘빈대표’, 기표된 야당 표에 붓대롱으로 한 번 더 찍는 ‘쌍가락지표’, 개표 중 야당 표 다발 앞뒤로 여당 표를 끼워 묶는 ‘샌드위치표’, 투개표장의 불을 끄고 부정을 저지르는 ‘올빼미표’ 등이 있다.

    그 외에 정권이나 정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이루어지는 선거부정으로 ‘흑색선전’, 서로를 감시하며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3인조/5인조 선거’, 사전에 기표해 놓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미리 투입해 놓는 ‘유령투표’ 등도 있다.

    컴퓨터기술과 무선통신 발달로 우려되는 '시스템 부정'

     
    우리나라의 부정선거 역사에서 폭력과 고문으로 '곤봉선거', '몽둥이 선거'라는 악명과 함께 ‘사사오입 개헌’ 의회를 탄생시킨 3대 총선(1954. 5. 20), 3.15부정선거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제4대 대통령선거와 제5대 부통령선거(1960. 3. 15), 금권, 관권, 폭력이 난무하며 ‘막걸리 선거’, ‘3선개헌국회’로 불리는 1967년 7대 총선(1967. 6. 8)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컴퓨터기술과 무선통신의 발달로 기술적으로는 투개표 과정에 시스템적 부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거부정 의혹들의 핵심은 전산조작 부정이다. 물론 전산조작과 함께 투표함 바꿔 치기 등과 같은 고전적인 개표 부정이 병행될 수도 있다.
     
    작년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4월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의 ‘고무신 선거’가 괴물이 되어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든다. 정부가 ‘고무신’ 대신 국민의 세금으로 수시로 뿌려대는 수십만 원 단위의 각종 지원금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을 ‘가진 자’와 ‘빼앗긴 자’로 분열시켜 놓고(divide and rule) 국민의 세금으로 표를 긁어가려는 의도라면 국민들이 수수방관해서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작년 4.15총선의 선거부정 의혹에 대해 우파 일각에서도 “요즘 세상에 무슨 부정선거냐?”라는 의견이 있다. 과거에 동네방네 시끄럽게 이루어졌던 선거부정이 요즘은 맘만 먹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대중을 동원해야 하는 유세 대신 TV, 인터넷, SNS가 선거운동의 대세이고, 기술적으로는 컴퓨터와 무선통신을 통한 투개표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모두가 깨어나 있지 않으면 권력자들의 선거부정 유혹을 막을 수 없다.

    2012대선 후에도 좌파진영서 '개표조작 의혹' 제기

     
    돌이켜보면 지난 2012대선 후에도 좌파진영에서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했었다. 2017년 대선 직전 ‘이명박근혜심판 범국민행동본부’와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는 성명서를 통해 “2012대선 개표조작이 명확히 밝혀졌다”며 “해킹프로그램을 통해 미분류된 투표용지 중 문재인 후보의 투표용지를 K가 정규분포 1.5로 수렴하는 일정비율로 박근혜에게 빼돌림으로써” 개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대선과 총선이란 차이를 제외하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4.15총선 선거부정 의혹과 판박이 주장이다.
     
    당시 이들은 “자동개표기는 언제든지 개표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바, 대한민국 입법부는 당장 법적으로 수개표가 진행될 수 있도록 입법절차를 진행하고, 더는 개표조작으로 대한민국의 헌정이 파괴되는 것은 방지하라”고 주장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좌우진영의 입장이 반대로 바뀌어 같은 논리로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방지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의 선거부정 의혹의 핵심에는 ‘사전투표’가 있다. ‘당일투표 당일개표’가 아니라 며칠에 걸쳐 사전투표가 이루어지고 투표함의 보존과 이동경로에 대한 검증과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일반 국민들로서는 기술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전산프로그램에 의한 검표, 개표 부정이 개입될 여지도 있다. ‘국민 편의’와 ‘투표율 제고’나 ‘개표시간 단축’이라는 명분으로 ‘선거부정의 개연성’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사전투표제도', 공정·투명성 담보되도록 수정·보완해야

     
    이와 같은 논란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독일에서는 투표가 끝난 직후 투표소에서 곧바로 수개표를 실시한다. 2009년 3월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전자투표기기 사용은 투개표 과정과 그 결과의 신뢰성을 일반 국민 누구나 충분히 이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민주주의의 바탕인 공정과 신뢰를 보장하며 디지털시대의 지능적 선거부정 가능성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사전투표제도’는 폐지되거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도록 대폭 수정, 보완되어야 마땅하다.

    좌우진영이 모두 같은 논리와 관점에서 선거부정을 제기하고 있는 현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더 큰 분열과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정당한 참정권 행사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당리당략으로 일시일비(一是一非)하는 국회만 믿고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투표는 '위헌적 권력' 통제하는 국민의 실효적 무기

     
    우리 헌법 제1조(2항)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된 권력만이 정당성을 갖고 모든 권력을 통제할 권리를 갖는다는 생각에 젖어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견제와 균형의 기본을 허물려 한다면 국민이 궁극적인 주권자로 통제에 나서야 한다. 투표는 민주주의체제에서 위헌적 권력을 통제하는 국민의 실효적 무기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선거부정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치와 선거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다. 힘과 논리로 앞장서야 할 젊은 세대보다 과거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에 참여했거나 이를 지켜본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투표가 권력을 통제해야 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국민의 민주시민의식 없이 법만으로 정치판의 선거부정 유혹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깨어나야만 선거부정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