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5일 뒤 "성폭력 안전 도시" 기자회견… 지난해엔 "성폭력 철저조사" 촉구 2011년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지역 공동선대위원장… 내로남불 행태 비판
  • 김종철(사진) 정의당 전 대표가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지 5일 뒤인 지난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 김종철(사진) 정의당 전 대표가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지 5일 뒤인 지난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7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서울·부산을)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회자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가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지 5일 뒤 신년 기자회견에서 "(4·7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서울·부산을)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회자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회의 압도적인 권력 구성은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했다.그동안 성폭력·성차별 없는 사회를 강조한 김종철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면서 진보진영의 '내로남불'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성추행 5일 뒤 "피해자 압도적 다수가 여성"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파문'은 25일 불거졌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 측이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장혜영 의원이 지난 15일 김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18일 당에 알렸다"며 "그간 수차례에 걸친 피해자·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밝히면서다. 

    가해자인 김 전 대표와 피해자 장 의원은 모두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정의당은 이날 김 전 대표를 직위해제하는 한편, 징계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다. 

    정의당은 김 전 대표의 성범죄를 먼저 공개하며 사죄의 뜻을 전했으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 전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여성 인권 옹호 발언을 해 온 전력이 있던 것이 이유다.

    당장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7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부산 관련해 "과감한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과 부산에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권력형 성범죄 등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 의원을 성추행한지 5일 뒤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밝힌 것이다. 

    그는 특히 이 자리에서 RPS(알페스·남성 아이돌 등 남성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성적 묘사를 하는 창작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혐오와 폭력에 반대되는 알리바이가 되어선 안 된다"며 "사회의 압도적인 권력 구성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부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부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뉴시스(사진=공동취재사진)
    또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이라며 "이것이 성폭력으로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무마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쓰여선 안 된다"고 했었다.

    작년 11월엔 "성폭력 사건 철저히 조사해야"

    여성 인권을 위한다는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또 있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23일 재보궐선거기획단 1차회의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이 해소된 사회는 말로만 외친다고 오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성폭력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게 우선"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는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으로부터 세 번 연속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임대변인 시절이던 지난해 7월29일에는 "(2017년에 발생한) 한국 외교관 뉴질랜드 현지 성범죄 사건이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며 "성범죄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던 한국의 민낯이 타국에까지 알려지게 된 일로,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직위해제됐지만 '정의당 논란'은 당분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에게 '응원한다' '같이 연대하겠다' 등 지지를 보내는 누리꾼들이 있는 반면, 정의당 일부 지지층은 '장 의원이 조심했었어야 한다' 등 2차 가해를 가하고 있다. 정의당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관련 사안에 함구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5일 구두논평에서 "인권과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기에 오늘 김종철 정의당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사퇴는 더욱 충격적"이라며 "더구나 성 관련 비위로 인해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서 가해자가 한 공당의 대표, 피해자가 소속 국회의원이라니 당혹스럽다"라고 질타했다.

    배 대변인은 이어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마땅한 처분을 받겠다는 김종철 전 대표의 입장은 당연하다"면서 "정의당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확산 차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철,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합류

    한편 김 전 대표는 지난 1999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노동당에 몸 담으며 진보 정치인으로 활약했다. 2011년 10월 당시 무소속이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동작구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5~2016년 정의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위원장, 동작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곧바로 2016년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도 일했다. 그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비례 16번을 배정받아 낙선했지만, 지난해 10월 정의당 당대표에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