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학살인사' 등 여권 견제에 '추가 수사' 미뤄져… 수사기밀 포함한 열람·등사도 함께 늦어진 탓
  •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DB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재판이 1년째 공전한 이유로 검찰의 '어거지 기소'를 꼽았다. 재판 지연의 이유가 "(검찰의) 짜맞추기 엉터리 수사와 어거지 기소의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은 지난해 1월 접수됐지만, 법원은 마지막 기일이 열린 지난해 10월까지도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다음 재판 역시 준비기일로 잡힌 상태다.

    과연 황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지난해 4월 첫 준비기일부터 같은 해 10월 열린 마지막 기일까지 총 다섯 차례 열린 선거개입 재판기록을 통해 재판 지연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열람·등사' '공소사실 분리' 놓고 1년간 논쟁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재판은 지난해 4월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첫 준비기일이 열렸다. 

    첫 준비기일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아 방어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재 공범 관련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열람을 즉시 허용하기 어렵다"며 "불허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코로나 사태로 수사가 늦어져 최근에야 공범에 대한 본격적 소환조사가 진행됐다"며 "수사가 종결되고 사유가 해소되는 즉시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하겠다"고도 부연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증거목록이라도 먼저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첫 준비기일은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다음 기일인 5월29일 재판에서도 변호인 측이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검찰은 마찬가지로 '공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재판이 공전했다. 

    검찰은 "공범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참고인인 울산경찰 다수가 검찰 출석에 불응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상황이 본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막고 수사의 신속한 진행을 방해하는 것 아닌지 유감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3차 준비기일인 7월24일 재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논쟁이 반복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출석도 하지 않으면서 수사기록을 받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외에 다른 피고인에 대한 수사기록은 열람·등사하도록 조치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4차 준비기일인 9월24일 재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왔다. 제출된 증거목록을 피고인별로 분리해달라는 것이었다. 

    한병도 의원의 변호인은 "검토 결과 일부 증거들은 한병도의 공소사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개별 피고인의 각 공소사실에 맞는 증거만 나눠서 교부해달라"고 요구했고, 재판은 다시 공전했다. 

    5차 기일인 10월30일에도 한 의원 측 변호인이 '분리된 증거목록에도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가 제출됐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판은 의미 있는 논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기일에 (변호인 측이) 말씀하신 부분 다시 재검토하고 가능한 한 제외하고 제출했다"면서 "당황스럽다. 재판이 (계속) 공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하-'라며 짧은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다섯 차례 준비기일의 재판기록을 정리하면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한 공범 수사가 남아있었고 △이에 따라 관련 기밀이 적시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늦어졌으며 △증거목록 제출 이후에는 변호인 측이 공소사실을 피고인별로 분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靑 선거개입' 추가 수사 마무리 않고 기소한 이유는

    그렇다면, 추가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송 시장을 기소한 검찰의 행위를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거 개입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의 기소는 지난해 1월29일 이뤄졌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같은 달 2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김태은 당시 공공수사2부장을 제외한 김성주 당시 공공수사3부장과 김성훈 대감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 이상현 울산지검 공공수사부장 등 선거 개입 수사팀 핵심인원을 모두 인사발령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해체되는 상황에 더이상 미루면 선거 개입 사건 기소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가 하에 송 시장 등의 기소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선거 개입 수사팀을 향한 견제는 지속됐다. 지난해 8월 인사에서는 김태은 부장검사마저 대구지검으로 발령나며 수사팀을 떠났고, 서울북부지검에서 파견 형태로 공소유지에 관여하던 김성훈 부장 역시 검찰 외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로 갔다. 

    결국 선거 개입 재판이 1년간 공전한 이유는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이어진 검찰을 향한 인사견제가 선거 개입 사건 추가 수사에 제동을 걸었고, 여기에 지난해 4·15국회의원총선거(총선), 코로나 사태 등 외부적 요인이 결합돼 열람·등사 등 필수적 재판 절차가 지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도 황 의원의 주장처럼 검찰의 부당한 기소 때문에 재판이 공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추가 수사가 제 때 이뤄졌다면 재판 절차도 지연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법조인은 "민주당의 180석 이후 이들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그대로 두리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선거 개입 재판이 공전하는 이유는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여권의 지속적인 견제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