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고소장 표지 위조 前검사에 유죄 확정했는데… '김학의 출국금지' 공문서 위조가 관행이라니
  • ▲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뉴시스
    ▲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뉴시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불법출국금지했다는 의혹이 번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과 유사한 '2015년 검사 공문서 위조 사건'이 주목받았다. 

    해당 사건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검사는 사표를 내고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11월 당시 부산지검 형사부 소속 A검사는 배당된 고소장을 분실했다. A검사는 고소장 분실로 징계받을 것을 우려해 지휘라인에 분실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실무관에게 "고소인의 이전 고소사건의 고소장을 보니 (분실한) 고소장과 내용이 동일하고, 같은 내용으로 고소장을 받은 것이 기억난다"며 "고소장 표지만 새로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다. 

    A검사는 이렇게 고소장 표지와 이전 고소장을 합쳐 허위 고소장을 만들고, 사건과장과 1차장검사의 인장을 날인받아 고소장을 분실하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

    法, '고소장 위조'에 "법 수호해야 할 검사가… 죄질 나빠"

    그러나 해당 사건의 민원인과 시민단체가 A검사를 고발했고, 고소장 위조 사실이 들통난 A검사는 2016년 검찰을 떠났다. 

    이후 A검사는 2018년 10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유예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A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법을 수호해야 할 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법을 수호해야 할 할 책무가 있는 검사로 일반인들보다 더욱 엄격하게 절차 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소장 분실이라는 자신의 업무상 실수를 감추기 위해 고소인으로부터 고소장을 다시 제출받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아니한 채 공문서인 사건기록 표지를 위조하여 행사한 것으로 그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례는 검사가 공문서를 위조했다는 점에서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의혹과 유사한 면이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3월23일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리된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2013년 형제65889)를 기재한 자신 명의의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았다. 이어 행정처리 차원으로 제출한 '긴급 출국금지 승인 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2019년 내사1호)를 썼다.

    정유미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몇년 전 어떤 검사가 고소장 표지 한 장을 분실했는데, 마침 그 사건이 반복 고소건이라 같은 내용의 다른 고소장 표지를 복사해 붙이고 사건처리했다 결국 들통나 사직한 일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공문서를 조작해서 (김학의) 출국금지를 해놓고 (법무부가) 관행이라 우긴다"며 "나는 그런 짓이 범죄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쪽 무리에서는 그런 짓거리를 관행적으로 했었나? 내 불법은 관행이고 니 불법은 범죄냐?"고 나무랐다.

    임은정, '공소장 위조' 사건 지휘라인도 "직무유기" 고발

    'A검사 공소장 표지 위조' 사건과 관련, 친여(親與) 성향의 임은정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이 당시 검찰 지휘부를 향해 "공범"이라고 비난하며 경찰에 고발한 사건도 관심을 끈다.

    임 연구관은 2019년 4월 '검찰 지휘부가 A검사 사건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전 부산고검장, 조기룡 전 대검 감찰1과장 등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임 연구관의 고발 건은 지난해 9월 경찰과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으나, 임 연구관은 "해당 사안이 대검찰청 감찰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사표 수리는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김 전 총장이)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임 연구관은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의무, 감찰에서 징계할 의무는 명백한 것"이라며 "밑에서부터 결재해 올라간 사람들 모두 직무유기 공범"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김학희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외에 이용구 법무부차관과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기획·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차관은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 이 형사부장은 장관정책보좌관이었다.

    이 차관은 이와 관련 "신속히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을 필요성 및 재수사 필요성을 과거사위원회에서 권고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수사기관이나 사건번호 부여 등 구체적 절차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