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필리핀 마약 유통시킨 18명 구속‥ 남씨 등 6명 체포영장 신청'마약왕' 박왕열 마약공급원… 수사망 좁혀지자 극단적 선택 시도
  •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속 여부는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속 여부는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황하나(33)의 지인 남OO(29) 씨가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 '바티칸 킹덤'의 마약 공급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황하나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수년 전 가수 박유천(35)과 공개 연애를 하며 유명세를 탔던 인물. 최근에는 집행유예 기간 중 남씨, 오OO(29·사망) 씨 등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 최대 마약 공급책 '바티칸 킹덤' 구속


    7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올려 전국적으로 마약류를 판매한 텔레그램 아이디 '바티칸_킹덤' 이OO(26)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필리핀 유명 마약상인 텔레그램 아이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42) 씨로부터 마약류를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지에서 '마약왕'으로 통하는 박씨는 지난해 10월 28일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필리핀 라구나 지역에서 체포돼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이씨를 포함해 마약 유통·판매업자 28명을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투약한 62명도 검거했다. 또한 마약을 판매하거나 매수한 사실이 확인이 확인된 6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국내 판매 총책과 중간 판매책, 소매책까지 거느리며 조직적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4월 12일부터 12월 10일까지 필로폰 640g, 엑스터시 6364정, 케타민 3560g, LSD 39장, 합성 대마 280㎖, 대마 90g 등 49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유통해왔다. 이들이 판매한 합성 대마 '엠디엠비-페니나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돈을 받고,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놓고오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했다.

    '마약 초짜' 행세한 남씨, 알고보니 마약공급원


    마약 판매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6명 중에는 황하나의 지인인 남OO 씨도 포함됐다. 남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수원 모처에서 황하나, 오OO 씨 등과 함께 필로폰 등을 투약한 사이로 알려졌다.

    당초 남씨는 황하나를 통해 마약 세계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남씨가 '바티칸 킹덤'의 마약 공급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꾸로 남씨가 마약 판매 목적으로 황하나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부터 황하나와 사이가 멀어진 남씨는 지난해 12월 17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남씨는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인 '바티칸 킹덤'을 잡기 위해 하부 공급원인 남씨를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남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유가 자신이 속한 마약 조직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숨진 오씨가 밝히려 했던 '진실'은 무엇?


    황하나의 남자친구인 오OO 씨는 남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오씨는 "남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서울 용산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이날 오씨는 "지난해 9월 황하나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잠든 황하나에게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다"며 "당시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속 여부는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하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앞서 황 씨는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속 여부는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정상윤 기자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