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톨릭대 등 '탐정학과' 신설… 감독기관도 못 정해 입법 놓고 '갈팡질팡'
  • ▲ 한국탐정협회 광고물(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연합뉴스
    ▲ 한국탐정협회 광고물(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법 개정을 통해 '탐정' 명칭으로 영리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일부 대학은 올해부터 탐정전공 과정을 개설하는 등 인재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법적 근거 마련 등 보완사항이 많아 조속한 입법활동으로 사회적 불편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탐정은 특정인에 관한 정보를 탐문·잠복 등의 방법으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수집해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직업을 말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부분의 나라에서 탐정활동이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15개 주에서는 경찰, 1개 주에서는 법무부, 21개 주에서는 별도 전담부서가 공인 탐정을 관리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내무부, 스페인은 경찰, 일본은 공안위원회 등에서 탐정을 관리·감독한다.

    유사 탐정 1만 명 추산…'탐정전공' 개설됐지만 입법은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 명칭 금지조항이 삭제되면서 11월까지 1000여 곳의 탐정사무소가 개설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탐정은 크게 ▲미성년 실종자 추적 ▲도난·분실물 추적 ▲공개된 자료 또는 상대 동의를 전제로 한 사실조사 등 3가지 업무를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 

    이미 민간조사사·생활정보지원탐색사·사설정보관리사 등 탐정과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도 8000~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 중이다.

    대학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였다. 동국대는 201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법무대학원에 탐정법무전공을 신설해 탐정체계론, 탐정과 법, 미아·가출·실종자 사례연구, 해외 탐정 사례 연구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가톨릭대도 지난해 행정대학원에 탐정학전공을 개설하고 박사과정까지 만들었다. 중부대와 서울디지털대는 올해 학부 과정에 탐정전공을 신설했다.

    그러나 법적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탐정업 관련 법안은 17~20대 국회에서 9차례나 발의됐지만 지도·감독기관을 경찰청과 법무부 중 어디로 할 것인가 하는 관할권 문제와 변호사협회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 사이 심부름센터·사실확인대행 같은 음성적 민간 조사업이 성행하게 됐고, 부도덕한 의뢰나 과도한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불법‧부당한 조사가 끊이지 않았다.

    '탐정' 민간자격증 발급 허용… 文, '공인탐정제' 공약

    이에 경찰은 일단 탐정업과 관련해 등록된 민간 자격 발급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지도·점검을 거쳐 지난해 연말 이들이 탐정 명칭을 담은 민간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9∼10월 탐정업과 연관된 민간 자격 발급기관을 점검한 결과 총 12개 업체에서 민간조사사·사실조사분석사 등 14개의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공인'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국가등록자격증' '경찰청 승인' 등 사실과 다른 문구를 사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탐정 제도화의 쟁점은 국가에서 자격부터 운영까지 관리하는 '공인 탐정'으로 갈 것인지, 현재처럼 자격 발급은 민간에서 하되 정부의 지도‧감독이 이뤄지는 '관리형'으로 갈 것인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실 조사를 지원하는 공인 탐정제도 도입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법 통제 밖의 활동에 따른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공인 탐정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에 의한 관리·감독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탐정업의 '허가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전문가 "일본처럼 탐정 등록제로 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인 탐정보다 일본처럼 민간 자율업으로 하되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소관부처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도 '신고제'를 근간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은 "탐정업을 금지했던 법조항은 사라졌으나 탐정을 허용한다는 법조문 역시 아직 어디에도 없어 현재 법적 뒷받침 없는 탐정 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직업을 법제화할 필요는 없지만 탐정업 부적격자의 진입이나 불법·부당한 사안 의뢰 및 수임 차단 등을 도모할 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특히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1880년대부터 2006년까지 무려 126년 동안 탐정업을 무규제 상태로 용인하면서 지켜본 뒤 '보편적 관리제'를 채택했다"며 "공인 탐정제도를 택한다 해도 음지에서 탐정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없어질 리 만무하기 때문에 등록제로 하고 나서 제대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