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법률 보좌' 실패로 文 대국민 사과 초래…"마땅히 책임지는 게 도리"
  • ▲ 김종호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사퇴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뉴시스
    ▲ 김종호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사퇴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뉴시스

    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청와대를 떠나며 "주무수석으로 마땅히 책임지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법률 보좌' 부서 담당자로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국면 등과 관련해 국정혼란을 일으킨 데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이임사를 해달라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소개를 받고 "코로나19가 발생한 엄중한 시기에 국민 여러분에게 심리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지만 권력기관개혁의 제도적 완수에 함께한 것은 영광"이라고 밝힌 김 수석은 "후속조치까지 차질 없이 완수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김 수석은 지난 8월 임명된 이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청와대 수석 중에서도 핵심실세로 꼽히는 민정수석이 이처럼 단기간에 떠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최대한 신임을 보이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경우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 5개월 만에 부동산 관련 브리핑 실수를 이유로 사표를 내자 노영민 비서실장이 이를 반려한 것을 묵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민정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여긴 것으로 분석된다.

    민정실 '정직 2개월 적절' 판단 뒤집혀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외에 대통령에게 법무행정 및 사정실무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김 수석은 이달 초 윤 총장 징계국면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정직 처분은 그러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판결로 뒤집어졌고, 문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이 징계위 개최 전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민정수석의 경우 검찰총장 징계를 관철시키지 못한 이유로 임명 4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3자적 관점에서 내린 판단이 틀린 것 때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해 징계를 성공하지 못한 책임을 졌다는 뜻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징계 결정 책임자로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하 의원은 30일 밤 페이스북에서 "4개월밖에 안 된 김종호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 참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윤석열 징계와 관련이 있었다"며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 결정하면 문 대통령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재가했는데, 민정수석의 사의로 청와대의 설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는 청와대가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하면 법원도 수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 추미애 법무부와 징계수위를 긴밀히 논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하 의원은 "그것이 아니면 4개월밖에 안 된 민정수석이 그만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윤 총장에 대한 위법징계는 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