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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청와대를 떠나며 "주무수석으로 마땅히 책임지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법률 보좌' 부서 담당자로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국면 등과 관련해 국정혼란을 일으킨 데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이임사를 해달라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소개를 받고 "코로나19가 발생한 엄중한 시기에 국민 여러분에게 심리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지만 권력기관개혁의 제도적 완수에 함께한 것은 영광"이라고 밝힌 김 수석은 "후속조치까지 차질 없이 완수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김 수석은 지난 8월 임명된 이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청와대 수석 중에서도 핵심실세로 꼽히는 민정수석이 이처럼 단기간에 떠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최대한 신임을 보이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경우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 5개월 만에 부동산 관련 브리핑 실수를 이유로 사표를 내자 노영민 비서실장이 이를 반려한 것을 묵인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만큼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민정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여긴 것으로 분석된다.
민정실 '정직 2개월 적절' 판단 뒤집혀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외에 대통령에게 법무행정 및 사정실무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김 수석은 이달 초 윤 총장 징계국면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이 적절하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정직 처분은 그러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서울행정법원의 집행정지 판결로 뒤집어졌고, 문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문 대통령이 징계위 개최 전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민정수석의 경우 검찰총장 징계를 관철시키지 못한 이유로 임명 4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3자적 관점에서 내린 판단이 틀린 것 때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해 징계를 성공하지 못한 책임을 졌다는 뜻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징계 결정 책임자로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하 의원은 30일 밤 페이스북에서 "4개월밖에 안 된 김종호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 참 생뚱맞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윤석열 징계와 관련이 있었다"며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가 윤 총장 징계 결정하면 문 대통령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재가했는데, 민정수석의 사의로 청와대의 설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는 청와대가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하면 법원도 수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것, 추미애 법무부와 징계수위를 긴밀히 논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 하 의원은 "그것이 아니면 4개월밖에 안 된 민정수석이 그만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결국 윤 총장에 대한 위법징계는 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