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운반선 7일간 억류… 외교부, 사유 설명 않고 "대북제재 위반 없었다” 주장만
  •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다 2018년 10월 한국 정부에 적발돼 부산 감천항에 억류됐던 선박. 지난해 7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 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다 2018년 10월 한국 정부에 적발돼 부산 감천항에 억류됐던 선박. 지난해 7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 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선박 1척이 최근 남지나해에서 중국 당국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중국이 한국 선박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조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외교부는 즉각 “해당 선박은 대북제재 혐의를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외교부는 구체적 경위와 혐의를 묻자 “중국 국내법 위반 혐의”라고만 밝혔다.

    12일 한국 국적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중국 측에 일주일 간 억류·조사 받아

    <조선일보>는 이날 “9000톤급 한국 국적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지난 12일 중국 마카오 인근 해상에서 중국 해경에 억류됐다가 일주일 동안 검색을 당한 뒤 석방됐다”며 “억류 당시 배에는 한국인 4명을 포함해 선원 20여 명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해경은 이 선박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금지한 선박 간 불법환적으로 북한에 석유를 판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국 측은 선박을 억류할 때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도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선원들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교부도 중국이 지난 12일 마카오 인근 해역에서 한국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억류해 검색한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북제재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당국이 우리 국적 선박을 검색했지만 대북제재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국 측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선박 억류된 구체적 경위물어도 “대북제재 위반 혐의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인지한 뒤 영사 조력을 즉시 제공하는 한편 중국 측과 신속하게 필요한 소통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한국 선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4일 정례브리핑에서도 한국 선박의 억류 경위를 묻는 질문에 “대북제재 위반 혐의는 아니었다”는 대답만 내놨다. <파이낸셜뉴스> 등은 “중국 당국은 국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우리 국적 선박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외교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 사건과 중국의 상습적인 대북제재 위반 때문이다. 한국 선박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다 적발된 것은 2018년 처음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한국 무역업체가 대북제재로 수입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을 불법환적으로 들여왔고, 석탄 운송에 사용된 화물선 소유업체는 반복적으로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보다 앞선 4월에는 정부가 북한 선박과 석유 불법환적을 한 한국 선박을 적발해 6개월 째 부산에 억류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대북제재 위반 합리화할 핑계거리 찾으려 했나

    중국의 대북제재 위반은 도를 넘은 상태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대북제재를 위반하다 적발된 게 올해에만 60건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후로도 중국이 대북제재를 어기고 북한에 연료와 식량을 공급하는 모습은 계속 확인됐다. 미국 국무부는 이런 중국을 노려 지난 12월 1일 대북제재 위반을 제보하면 500만 달러(약 5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이트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이처럼 대북제재 이행 태도가 불량한 중국이 한국 선박을 붙잡아 일주일 동안 검색을 했다는 게 수상하다는 의견이 외교부 안팎에서 나온다. “만약 중국이 한국 선박에서 대북제재 위반 증거를 찾게 되면 이를 내세워 ‘핵심 이해당사국인 한국부터 대북제재를 안 지킨다’며 미국을 비난하고 자기네 행동을 합리화하는데 사용하려 한 게 아니냐”는 게 <조선일보>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