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00미터까지 파괴하는 맞춤형 핵 B61-12, 우주서 ICBM 무력화하는 SM-3 블록ⅡANYT “트럼프, 이란 공격하려 했다” 보도… 바이든은 북한 김정은 겨냥할 가능성
  • ▲ B61-12 핵폭탄을 투하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 공개사진.
    ▲ B61-12 핵폭탄을 투하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 공개사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노린다는 징조가 계속 보인다. 최근 잇단 신무기 시험도 그렇다. 만약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그 화살이 이란이 아닌 북한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F-35A에서 지하시설 파괴용 B61-12 핵폭탄 투하시험

    지난 11월 미국은 2개의 중요한 신무기 시험을 했다. 하나는 F-35A 스텔스 전투기와 신형 핵폭탄 B61-12 체계 통합 시험, 다른 하나는 일본과 공동 개발한 해상 기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SM-3 블록ⅡA로 우주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은 모두 성공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깡패국가’와 핵전쟁을 벌여도 승리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시험은 지난 11월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핵무기 개발을 맡은 샌디아 국립연구소가 공개했다. 연구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F-35A 전투기의 내부 무장창(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 전파 반사율을 낮추기 위해 주무장을 동체 내부에 장착한다)에 장착한 B61-12 전술 핵폭탄의 투하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B61-12를 음속보다 빨리 비행하면서 투하한 것, 스텔스 전투기를 이용해 투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험은 네바다주 토노파 시험장에서 8월 25일 실시했다. F-35A는 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B61-12를 3200미터 상공에서 투하했다. 폭탄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2초였다. 샌디아 연구소는 지난 3월에는 F-15E 전투기를 이용해 B61-12 투하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투하 후 목표물 타격까지 걸린 시간은 55초였다.

    B61-12는 일반적인 핵무기가 아니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대규모 핵전쟁이 아니라 북한, 이란 같은 ‘깡패국가’들의 핵능력 제거를 위해 개발했다. B61-12는 장착 전 폭발력을 0.5~50kt(1kt=TNT 1000톤 폭발력) 사이에서 조절할 수 있다. 최소 폭발력이 0.5kt에 불과한 이유는 이 핵폭탄이 지상이 아니라 지하 목표물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1996년 완성한 B61-11 핵폭탄은 러시아가 냉전 시절 화강암반 지하 300미터 아래에 건설한 핵전쟁지휘소 ‘코스빈스키 카멘’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개발하는 동안 냉전은 끝났다. B61-12 개발 필요성이 사라졌다. 그러다 21세기 북한과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서 개발 계획은 부활했다. 특히 북한이 2017년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하자 미군은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와이 북쪽에서 쏜 SM-3 블록ⅡA, 태평양 상공 우주 날던 ICBM 격추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 11월 17일 “어제 오후 8시쯤 하와이 북동쪽 해상에 있던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이 발사한 SM-3 블록ⅡA가 서태평양 마셜군도 콰질러섬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4100km 떨어진 곳에서 쏜 미사일이 미국 땅에 도달하기 전 우주에서 격파한 것이다.

    요격 과정은 이랬다. 모의 ICBM을 발사하는 상황이 미군 정찰위성에 포착됐다. ICBM은 미국 본토를 향했다. 정찰위성은 ICBM의 예상 비행경로, 속도 등을 미국 콜로라도주 쉬라이버 공군기지에 있는 미사일방어 통합작전센터(MDIOC)로 보냈다. MDIOC는 이 정보를 다시 하와이 북동쪽 해상에 있던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에 전달, 요격 명령을 내렸다. ‘존 핀’함은 SM-3 블록ⅡA를 발사, 태평양 상공 대기권으로 진입하려던 ICBM을 요격했다.

    SM-3 블록ⅡA는 미국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했다. SM-3 블록ⅡA는 미국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지상기반요격체계(GBI)와 함께 적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도착하기 전 요격하는 수단이다. 최대 사거리는 2200km, 최고요격고도는 1000km에 달한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지구를 선회하는 고도가 340~430km다.
  • ▲ 2018년 10월 지상에서 SM-3 블록ⅡA를 발사하는 모습. ⓒ미국 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 2018년 10월 지상에서 SM-3 블록ⅡA를 발사하는 모습. ⓒ미국 태평양 사령부 공개사진.
    B61-12와 SM-3 블록ⅡA로 공격·방어 수단 갖춘 미국

    앞서 설명처럼 B61-12는 지하 수백 미터 아래의 시설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샌디아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폭탄이 떨어진 지표면은 직경 수십 미터까지만 폭풍이 일고 인명피해도 극도로 적다. 대신 화강암반이어도 지하 300미터 아래까지 뚫고 들어가서 폭발한다. 북한군 전쟁지휘소 ‘철봉각’이 있다는 지하 250미터보다 더 아래다. 미국 과학잡지 <퓨처오브라이프>에 따르면, B61-12 투하 시뮬레이션 결과 사망자를 700명대까지 줄일 수 있었다.

    북한이 백두산과 양강도 삼지연 일대에 만들어 놓은 지하 ICBM 기지 또한 B61-12의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F-35A뿐만 아니라 B-2 스텔스 폭격기, 몇 년 이내에 실전배치 된다는 B-21 레이더스 신형 스텔스 폭격기에도 B61-12를 장착할 수 있는데 이는 북한 모르게 주요 시설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란도 북한처럼 지하에 ICBM 기자와 핵전쟁 지휘소를 두고 있다.

    SM-3 블록ⅡA는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무력화한다. 시험 이후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으로 미국 요격망을 뚫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톰 카라코 미사일 사업국장은 “이번 시험으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카라코 국장의 지적처럼 북한의 대미협상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서 나온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초기 단계에는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와 SM-3 블록ⅠB의 요격망을, 우주 공간에서는 명중률 100%의 지상기반요격체계(GBI)와 신형 SM-3 블록ⅡA 요격망을 뚫어야 미국 공격이 가능하다. 북한이 보유한 ICBM과 SLBM 수량은 최대로 추정해도 50기 안팎이다. 반면 미국이 가진 GBI만 해도 50기가 넘는다.

    2020년 11월 12일 백악관 “이란 핵시설 공격하자”

    지난 11월 16일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백악관 회의에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참모진에게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핵합의(JCPOA)로 규제한 202.8킬로그램의 12배에 달하는 2442.9킬로그램”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응징하겠다고 나섰고, 참모들이 확전이 우려된다며 만류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수 주 이내에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묻자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경우 일어날 일들을 설명해 이란 타격안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또는 친이란 민병대를 공격하는 방안은 검토할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떤 대통령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란 공격을 2번이나 실시했다. 2018년 4월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알 아사드 정부군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에 미사일 100여 발을 날렸고, 2020년 1월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를 지원하던 이슬람혁명수비대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암살폭탄’ R-9X 헬파이어 미사일로 사살했다. 반면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군사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앞서 설명한 무기가 북한 견제용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설에도 불구하고 실제 북한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많지 않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반대로 북한보다는 이란을 챙긴다. 바이든은 대선 유세 때 “이란 핵합의 체제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란에게는 ‘응징’보다 ‘대화’를 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정부 시절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북한 김정은과는 직접 대화를 꺼리는 모양새다. 협상 방식도 실무진부터 먼저 대화를 하는 ‘바텀-업’으로 바꾸고, 북한과 ‘핵무기 군축 협상’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거나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때처럼 미국을 속이려 할 경우 트럼프가 이란에 했던 것과 같은 군사조치를 북한에 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1994년 7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북폭을 실시하려다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일이 바이든 때 다시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