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비오 명예훼손' 혐의 전두환 유죄 판단…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사죄하기 바란다"
  • ▲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권창회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고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허위사실로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5·18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보인다.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출판, 비난 가능성이 크다. 혐의를 부인하면서 성찰과 단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되기 때문에 재판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과정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지난 4월 재판에 나온 전 전 대통령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인이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헬기 사격이 아니고는 새겨질 수 없는 탄흔이 당시 광주 전일빌딩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역사의 상대주의, 실증주의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며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짙은 네이비색 코트와 중절모 차림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기자들은 "5·18 책임을 인정하느냐" "왜 사죄하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전 전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