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SNS 메시지…'내 편' 성범죄는 쏙 빼고, 말로만 "정의" 강조
  • ▲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모든 폭력이 범죄이지만, 특히 여성폭력은 더욱 심각한 범죄"라면서 "우리 모두 감시자가 되고 조력자가 돼 근절을 위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여비서에게 저지른 '권력형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국가가 여성폭력 막기 위해 책임 다하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여성폭력추방주간' 첫날을 맞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민과 함께 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한 것은 국가가 여성폭력을 막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연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가정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디지털성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피해자를 빈틈없이 보호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권위주의에 길들었지만 용기 내 인식을 변화시키고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삶을 함께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으로 바꿔내자"고 독려했다.

    n번방 사건에는 펄쩍, 與 성 비위에는 '선택적 침묵'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는 문 대통령은 버닝썬 사건과 n번방 성착취 범죄와 관련해 직접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여당 소속 고위공직자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시장, 박원순 전 시장이 연루된 권력형 성 비위 사건에는 침묵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든 '무공천 당헌'을 깨고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의 빈 자리에 내년 4월 후보를 내는 방침과 관련해서도 언급을 피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고위공직자의 성 비위에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이라면서도 "진상규명작업의 결과로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보다 더 뚜렷하고 적절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현재까지 4개월째 구체적 답변을 미뤘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관이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여성폭력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될 심각한 범죄라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동감한다"면서도 "권력형 성범죄인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대통령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野 "여성폭력 심각하단 말? 공허한 메아리"

    황 부대변인은 "소속 정치인의 성범죄에 대해 국민께 최소한의 도의를 지키겠다며 대통령이 만든 당헌·당규를 여당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이 시간까지 아무런 입장표명이나 송구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황 대변인은 이어 오늘 아침 대통령이 던져야 할 메시지는 그동안 정부·여당이 보여준 행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공염불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추미애 장관의 폭주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을 맞아 여성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책무가 무엇인지부터 숙고하시기 바란다"고 쓴소리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