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삭제 파일 444건에 '北 원전 추진' 등 10여 건 포함… 2018년 4~5월 남북회담 기간에 작성돼
  • ▲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지난해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따른 감사기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삭제한 444건의 문건 가운데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준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 10여 건이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에 통일부는 “아는 바 없다”고 23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전후 보고서 작성했는데… 통일부 “아는 바 없다”

    조선일보는 23일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해 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기간에 삭제한 내부 문건 444건 가운데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보고서 10여 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감사원이 산자부가 삭제한 문건 444건 가운데 324건을 복원한 결과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업무경험 전문가 목록’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보고서들은 우리 정부가 2018년 5월 당시 대북 전력지원 차원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KEDO는 1994년 10월 제네바 핵합의 이후 한국·미국·일본·EU가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해 1995년 설립한 국제기구였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어려운 경수로 2기를 발전용으로 지어주기로 하고, 완공 전까지 연간 50만t의 중유(重油·석유에서 휘발유를 추출한 이후 남은 기름)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경수로 건설 예산의 70%가량, 약 3조5000억 원을 한국이 부담했다.

    정부가 이와 유사한 대북지원을 한다면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관련 사항을 알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관련 사항에 대해서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산자부-청와대, 주무부처 빼고 대북 원전 지원 추진한 정황

    신문에 따르면, 산자부 관계자는 “통일을 염두에 둔 장기적 관점에서 미리 검토한 보고서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신문은 “1·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에 산업부가 북한에다 원전을 건설하는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만들고,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가까지 물색했다면 단순한 장기 전망 보고서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직 경제부처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보고서를 만든 시기가 미묘하다”는 정부 안팎의 이야기도 전했다.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5월 하순에는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사이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한다는 문건이 작성됐다는 것이 신문의 지적이다. 게다가 문재인정부는 당시 “원전 추가 건설은 없다”며 ‘탈원전정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칠 때였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2일 김미숙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원전에 다녀온 뒤 “(월성 원전) 1호기 외벽의 철근이 노출돼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월성 원전은) 언제 가동 중단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2017년 6월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행사 때 문 대통령은 ‘탈원전선언’을 하면서 “월성 원전 1호기를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월성 원전 폐쇄’ 질문은 바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을 통해 백운규 당시 산자부장관에게 전달됐다. 

    이튿날 산자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이 “월성 원전 1호기는 조기 폐쇄하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 2년6개월 더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자 백 장관이 “너 죽을래”라며 크게 화를 내면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 

    신문은 “(백 장관) 지시에 따라 4월4일 새로 나온 보고서를 그대로 청와대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청와대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과정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