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20일부터 개정안 시행… 신체촬영·병역기피·보이스피싱도 '공익신고'에 포함
  •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시행 관련 주요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시행 관련 주요내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직장 내 성희롱, 보이스피싱, 신체 무단촬영, 휴대전화 불법보조금 지급 등의 신고자도 공익신고자로 보호받게 된다. 또 신분 노출을 우려하는 내부 공익자를 위해 변호사의 이름으로 대리 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특혜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은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공익신고자를 확실히 보호하고, 허위 신고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녀고용평등법·병역법·단말기유통법 등 182건 추가

    국민권익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익신고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284개의 공익침해 행위 대상 법률에 성폭력처벌법·남녀고용평등법·병역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단말기유통법·대리점법 등 182건을 추가했다. 총 467개 법률이 공익침해 행위 여부의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이다.

    기존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국민건강·안전·환경·소비자이익·공정경쟁 분야의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한정했지만, 개정안은 성폭력처벌법·병역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남녀고용평등법·단말기유통법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법률 위반 행위도 공익신고 대상으로 확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카메라 등으로 신체를 무단촬영하거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판매,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 이와 관련한 협박·강요 행위와 사업주의 직장 내 성희롱이나 방조 행위가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또 병역의무자의 병역기피 또는 면탈 행위, '보이스피싱' 등 전화금융사기, 휴대전화 불법보조금 지급 행위,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본사의 갑질 행위 역시 공익신고로 인정된다.

    권익위는 비밀보장·신변보호·보호조치·책임감면 등을 통해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조사·수사·소송 등에 진술·증언하거나 자료를 제공한 협조자도 동일하게 보호하기로 했다. 특히 신분 노출을 우려하는 내부 공익자의 경우 자신의 이름 대신 변호사의 이름으로 공익신고하는 '비실명 대리 신고'도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권익위는 이날 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을 안내하며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軍)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 A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다. 이는 지난 9월14일 A씨가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청한 지 두 달여 만에 나온 판단이다.

    秋 아들 제보 당직사병, 보호조치 신청 두 달 만에 "공익신고자 맞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시행 관련 브리핑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당직사병이 공익신고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당직사병은 직접 공익신고기관에 신고한 것이 아니므로 현행법상 요건에 미흡한 측면이 있으나, '협조자'도 동일한 보호가 가능한 점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했던 카투사 당직사병 현모씨가 10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추 장관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 소장을 접수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했던 카투사 당직사병 현모씨가 10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추 장관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 소장을 접수한 뒤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전 위원장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으려면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공익신고자로서 불이익을 받았는지, 공익신고자로서 보호조치와 불이익 간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의 요건을 구비해야 국민권익위의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당직사병 A씨의 경우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검토했어야 하는데, A씨가 제보했을 당시 병역법이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대상이 되는 법률에 해당하지 않았다. 병역법은 이날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 대상 법률에 포함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9월12일 페이스북에 당직사병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적었다. 

    황 의원은 "최초 사건의 방아쇠인 당직사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검찰개혁의 저지인지, 아니면 작년처럼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둘로 쪼개고 분열시켜 대혼란을 조장하기 위함인지 우리 국민은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A씨는 이틀 뒤인 9월14일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보호신청을 했고, 황 의원은 이후 공개사과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강화된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취지는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익신고가 악용될 소지가 없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공익신고 '파파라치식' '무조건 찔러보기식'으로 남발될 우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일종의 가짜뉴스처럼 실체가 없는데 변호사 등 제3자의 이름으로 공익신고가 들어가는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2차 피해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증인으로 부르지 않는 상황이 많은데, 그에 따른 충분한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외국에서도 공익신고자 보호를 시행하지만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있다"면서 "그런 사례를 참고해 공익신고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확한 방안을 마련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번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은 그간 신변노출 때문에 신고를 두려워하던 사람들 처지에서 볼 떄 공익신고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신변이 보호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오히려 '파파라치식' 신고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고도 우려했다. 신상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찔러보기식'의 신고가 늘어 권익위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무조건식 신고를 막고 공익신고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공익위가 추가적으로 체계적 보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