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소속 조리사들, 19·20일 동시 파업… "노조·교육당국 협상 실패로 학생들만 피해"
  • ▲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권창회 기자
    서울지역 학교급식 조리사들이 퇴직연금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 측과 교육청은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급식대란으로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교육계에서는 조리사들의 파업 시 학교가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지역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참여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서울학비연대)는 19~20일 이틀간 파업을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학비연대에는 서울지역 학교에서 근무하는 급식 조리사와 돌봄 전담사 등 1만1000여 명이 속했다. 이 가운데 2000여 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 대부분은 급식 조리사와 학교 행정업무를 맡은 사무직이다.

    서울학비연대가 파업에 나선 것은 퇴직연금 제도 전환을 둘러싸고 서울시교육청과 벌인 협상에서 난항을 맞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퇴직연금을 기존 확정기여(DC)형에서 확정급여(DB)형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교육공무직 1만7000여 명 중 약 70%는 DC형에 가입했다. 

    교육청과 퇴직연금 개선 이견… 서울학비연대, 파업 강행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DC형은 고용주가 매달 또는 매년 임금총액의 일부를 계속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자 처지에서는 가장 높은 임금을 기준으로 안정적인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DB형이 유리하다고 알려졌다.

    교육청은 그러나 예산문제로 노조 측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청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 전원을 DB형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20년간 8000억원 안팎이 추가로 소요된다.

    교육청은 노조 측과 최근 퇴직연금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교육청은 타협안으로 △혼합형(DC형 50%+DB형 50%) △기존 채용자 DB형 전환 및 신규 채용자 DC형 적용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기존 채용자와 신규 채용자를 편 가르기 하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고, 혼합형의 비율도 높아져야 한다"며 "19~20일 파업은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 들어주니 열을 바란다"… 급식·돌봄 파업 비판

    결국 파업기간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서 등교하거나 빵·우유 등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일선학교에 공문을 보내 파업 대응지침을 안내했다. 급식 파업의 경우 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하거나 간편식을 제공하는 방안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돌봄 파업 시에는 학생이 방과 후 자신의 교실에 머무르거나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돌봄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지역 학교급식 조리사들을 중심으로 파업이 예고되자 학부모들은 불만을 호소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난 6일에는 돌봄 파업이 진행되더니 이번에는 급식"이라며 "노조와 교육당국의 협상 실패로 학생들과 학부모만 피해를 본다. 교육당국이 하루빨리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6일 교육공무직 노조의 돌봄·급식 파업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까지 35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교육공무직이 파업을 딱 한 번만 했나. 하나를 들어주니 열을 바라고 매년 학생을 볼모로 파업하지 않았나"라며 "교육공무직 (퇴직)연금 DB 방식 전환을 절대 반대한다. 차라리 비교과 교사 제외한 인원 계산해서 학급당 인원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교육계 "학교 필수사업장 지정, 대체인력 투입 허용해야"

    이처럼 연이은 교육공무직 파업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떠안게 되자 파업 시 학교가 대체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 노동파업 시 돌봄·급식·안전 필수인력 등을 두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렇게 되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 파업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교총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17개 시·도 교총·범시민사회단체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59개 교육‧시민사회‧학부모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혼란과 피해가 극심하고, 교원들이 파업의 뒷감당을 하는 희생양이 되는 일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면서 "학교 파업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조속히 노동조합법 제71조를 개정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