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경력 29년' 영화 ‘12 솔저스' 실제 모델 … 한국군 장성 중에는 참전 경험자 한 명도 없어
  • ▲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대행.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악관 긴급회의가 있다”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연기됐던 한미 국방장관 통화가 18일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공개된 통화 내용은 뻔했다. 그보다는 마크 에스퍼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대행의 이력이 더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 “한미 국방장관, 굳건한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유지… 블라블라”

    국방부는 “서욱 장관이 밀러 장관대행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향후 한미 국방당국 간 긴밀한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 장관은 양국 국방부의 굳건한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서욱 장관은 “밀러 대행이 국방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국 국방장관의 막중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한미동맹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밀러 대행은 “한미동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유지돼온 모범 동맹”이라며 “앞으로 동맹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상호보완적으로 심화·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게 통화 내용의 전부다.

    서 장관과 밀러 장관대행의 통화 내용은 양국 장관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에서 이름만 바뀐 채였다.

    그린베레 대령 출신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대행

    이처럼 뻔한 한미 국방장관 간 통화 내용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밀러 국방장관대행의 이력이다. 

    밀러 대행은 2014년 육군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칠 때까지 29년 동안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쟁에 참전하고, 전역 후에는 국방부 계약자로 일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 3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담당 보좌관에 임명됐다. 

    2020년 1월에는 국방부 특수작전 및 대테러담당 부차관보가 됐다. 8월에는 국가대테러센터(NCTC) 센터장에 임명돼 미국의 대테러작전을 총괄지휘했다.
  • ▲ 미 국방부가 훗날 공개한, 2001년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한 미군 특수부대의 모습. ⓒ미국 국방부 공개사진.
    ▲ 미 국방부가 훗날 공개한, 2001년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한 미군 특수부대의 모습. ⓒ미국 국방부 공개사진.
    밀러 대행의 전설이 시작된 것은 2001년부터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육군 특전단(그린베레)은 작전분견대 알파(Operational Detachment A, 알파는 그린베레 직제상 12명으로 구성된 팀을 의미)를 여럿 만들어 투입했다. 이들의 임무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항할 수 있는 지역 민병대를 모아 조직하는 동시에 탈레반과 전투를 하는 것이었다. 

    밀러 장관대행은 당시 중부사령부에 배속됐던 육군 제5특전단 소속 소령으로 ODA-574의 상급부대 지휘관이었다.

    ODA-574는 2018년 1월 개봉한 영화 <12 솔저스(원제 12 Strong)>의 모델이 된 ODA-595와 같은 임무를 맡았다. 

    이 팀을 지휘했던 제이슨 아메린 당시 대위는 밀리터리닷컴과 인터뷰에서 밀러 장관대행을 가리켜 “특수부대계의 프리마돈나로 업계에서는 모두 그를 존경한다”며 “당시 우리 팀원들은 그가 본부에서 지휘를 맡았다는 사실을 듣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ODA-574의 임무를 바탕으로 책을 쓴 에릭 블럼은 밀러 장관대행을 두고 “평범한 군인들을 대변하고자 노력하면서 동시에 복잡한 특수부대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국방정책을 기획하는 민간인에게 최선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특수부대로 생사 넘나든 전쟁영웅, ‘교전 경험 없는’ 한국군 어떻게 볼까

    샌드박스닷컴에 따르면, 특수부대원들은 그를 ‘확신자(True Believers)’라고 불렀다. 비정규전과 특수부대 임무에 관한 확고한 신념과 논리를 갖췄으며, 이를 바탕으로 합동특수임무부대 '대검(Dagger)'의 지휘를 맡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 관련 매체들은 이 과정에서 밀러대행이 수많은 전투를 직접 겪거나 지휘했다고 전했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영향도 있지만, 미국은 전쟁영웅 출신 또는 참전 경험을 가진 지휘관 출신들이 국방장관에 임명된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한국은 교전 경험은커녕 해외파병을 여러 번 다녀온 장교들이 장성 진급에서 떨어지고 전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군에는 참전 경험을 가진 지휘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