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서 SM-3 블록ⅡA 발사… 4100km 밖에서 쏜 미사일 격추
  • ▲ 2018년 3월 태평양에서 실시했던 SM-3 블록ⅡA 요격시험. ⓒ미국 미사일 방어청(MDA) 공개사진.
    ▲ 2018년 3월 태평양에서 실시했던 SM-3 블록ⅡA 요격시험. ⓒ미국 미사일 방어청(MDA) 공개사진.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한 탄도탄요격미사일이 대기권 밖에서 ICBM으로 상정한 비행체를 격추했다고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MDA)이 17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시험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 구축함이 쏜 SM-3, 대기권 밖에서 ICBM 요격

    MDA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16일 오후 8시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에서 발사한 SM-3 블록ⅡA가 서태평양 마셜군도의 콰질러섬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4100km 떨어진 곳에서 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접근하기 전에 우주에서 격파한 것이다. 

    MDA가 밝힌 요격 과정은 이랬다. 먼저 ICBM으로 가장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상황이 미군 정찰위성에 포착됐다. ICBM은 미국 본토를 향했다. 정찰위성은 ICBM의 예상 비행경로, 속도 등을 확인해 미국 콜로라도주 쉬라이버공군기지에 있는 미사일방어 통합작전센터(MDIOC)로 보냈다. 

    MDIOC는 다시 하와이 북동쪽 해상에 있던 이지스 구축함 ‘존 핀’함에 정보를 전달, 요격을 명령했다. ‘존 핀’함은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SM-3 블록ⅡA를 발사, 태평양 상공 대기권으로 진입하려던 ICBM을 요격했다.

    존 힐 MDA 부청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시험 성공으로 이지스 구축함에 배치한 고고도요격미사일이 IC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놀라운 성과이자 중대한 이정표로 미국의 다층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로서 타당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미·일 공동 개발한 SM-3 블록ⅡA… 사거리 2200km, 요격고도 1000km

    ICBM 요격에 성공한 SM-3 블록ⅡA는 미국 레이시온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개발했다. SM-3 블록ⅡA는 미국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지상기반요격체계(GBI)와 함께 적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도착하기 전 요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최대 사거리는 2200km, 최고요격고도는 1000km에 달한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지구를 선회하는 고도가 340~430km다.
  • ▲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 방어체계 개념도. 적의 미사일에 따라 방어체계도 달라진다. ⓒ미국 MDA 공개 프레젠테이션.
    ▲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 방어체계 개념도. 적의 미사일에 따라 방어체계도 달라진다. ⓒ미국 MDA 공개 프레젠테이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SM-3 블록ⅡA가 북한 ICBM으로부터 하와이와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지 확인하라”는 미국 의회의 2018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제1680조에 따른 것이다. 2018회계연도는 SM-3 블록ⅡA을 실전배치하기 시작한 해다. 

    MDA는 당초 지난 5월 ICBM 요격시험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우한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됐다. 

    미국 군사전문가들 “북한 ICBM, 미국 요격망 뚫기 어려울 것”

    SM-3 블록ⅡA의 요격시험이 성공하자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으로 미국 요격망을 뚫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미사일사업국장은 “이번 시험 성공으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공격하려면 GBI와 SM-3 블록ⅡA를 모두 뚫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번 시험 성공으로 북한은 기술적으로 더욱 향상된 ICBM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을 안게 됐다”며 “북한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스라엘 다음 가는 다층적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었다. 먼저 적이 ICBM을 쏜 것이 포착되면 대기권 밖을 향해 속도를 높이며 날아가는 단계(Boost), 대기권 밖에서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단계(Midcource), 대기권 진입 단계(Terminal)로 구분해 지상과 해상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춰 놓았다. 단계 별로 GBI와 SM-3 블록ⅡA, 사드(THAAD)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