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트럼프 2기로 권한 이양될 것”… 바이든에 줄 서지 말라 경고했는데강경화, 무시하고 바이든 측에 '종전선언' 설명… 美, 다음날 국방장관 통화 취소
  • ▲ 지난 12일 미국에서 귀국한 강경화 외교장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 미국에서 귀국한 강경화 외교장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대선과 관련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대미 접근 방식에 우려가 제기됐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트럼프 측의 초청으로 방미해 바이든 측 인사를 만나 ‘종전선언’을 설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몇 시간 뒤 예정됐던 한미 국방장관 전화통화가 미국 측의 요구로 무산됐다. “백악관에서 긴급 회의가 있다”는 이유였다.

    강경화 “바이든 측 만나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설명”

    지난 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초청으로 방미한 강 장관은 12일 귀국길에 기자들에게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들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들에게 종전선언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강 장관은 밝혔다.

    강 장관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과 화상면담하고, 이튿날에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났다. 바이든 측 캠프와 관계 있는 존 앨런 브루킹스연구소장과도 면담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종전선언에 대해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우리가 갖는 생각과 한미 양국 간 협의 내용에 대해 설명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만드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이어 “(바이든 측 관계자들에게) 미북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중요하다는 점과, (미북대화는 양국) ‘정상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트럼프가 했던 ‘톱-다운’ 방식의 미북대화도 나쁘지 않으니 해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강 장관은 “구체적으로 (미북 간에) 어떻게 협상이 이뤄질지는 새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이번에 면담했던 분들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노력, 동맹 현안에 대한 지지에 감사드렸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장관대행, “백악관 회의 있다”며 서욱 장관과 통화 연기
  • ▲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됐을 당시 모습.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제5특전단 소속 소령으로 참전했다. ⓒ전 동료 에릭 블럼 트위터 캡쳐-밀리터리닷컴 공개사진.
    ▲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됐을 당시 모습.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제5특전단 소속 소령으로 참전했다. ⓒ전 동료 에릭 블럼 트위터 캡쳐-밀리터리닷컴 공개사진.
    트럼프 정부 초청으로 미국에 가서 바이든 측 인사들과 만나 ‘종전선언’과 ‘미북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부 안팎에서는 우려했다.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 때문이다.

    당시 '바이든 측으로의 권한 이양 준비'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폼페이오 장관은 헌법에 따른 선거 절차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정부 2기로 (권한)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투표에 대한 개표가 이뤄질 것이다. 그때 절차는 마무리되고 선거인단이 선출될 것”이라며 “세계는 국무부가 현재 잘 돌아가고, 내년 1월20일 취임할 대통령에게 필요한 (권한을) 이양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직 대선이 끝난 것이 아니니 바이든 당선인 측에 줄을 서려는 나라는 심사숙고하라는 의미였다. 강 장관은 이 경고를 무시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13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한미 국방장관 간 통화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갑자기 취소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 오전 예정됐던 서욱 장관과 (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대행 간 전화 통화는 갑작스럽게 백악관 회의가 생겼고, 회의가 지연되고 있어 예정된 시간 통화가 어렵게 됐다는 미국 측의 연기 요청에 따라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회의라서 통화조차 못하는지, 새로 통화할 일정은 잡았는지 묻자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국방장관 간 전화 통화는 언론의 편의를 위해 알려드린 사항일 뿐”이라며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거듭 경고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바이든 측에 노골적으로 접근한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13일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민주당) 등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