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형조를 장악, 꼭두각시 형조판서는 지휘권을 남용… 참판의 사인검을 빼앗았다" 풍자
  • ▲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차장검사 대상 강연과 만찬을 위해 9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하는 모습. 풍자를 통해 현 여권을 비판해온 조은산은 10일 윤 총장을 극찬하는 글을 올렸다. ⓒ뉴시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차장검사 대상 강연과 만찬을 위해 9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하는 모습. 풍자를 통해 현 여권을 비판해온 조은산은 10일 윤 총장을 극찬하는 글을 올렸다. ⓒ뉴시스
    "형조참판이 검을 거꾸로 쥐었소. 이것은 명백한 역모이자 반역이오."

    풍자를 통해 현 여권을 비판했던 진인(塵人) 조은산이, 이번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형조판서를 베어버린 형조참판'에 비유하며 윤 총장과 현 여권의 갈등을 꼬집었다. 

    조은산이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은, 윤 총장을 극찬하면서 다음 정권에서도 보복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경고를 담았다.

    "자신 또한 폐해질까 두려운 왕, 형조에 눈 돌려"

    조은산은 '형조실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왕을 폐한 왕은 자신 또한 폐해질까 두려워 밤잠을 설쳤다. 왕은 가장 먼저 형조에 눈을 돌렸다"고 썼다. 현직 대통령 탄핵을 통해 집권한 현 여권이,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조은산은 이어 "표면적으로 사법개혁을 내세웠던 왕은, 실질적으론 사법기관의 장악을 위해 대신들을 포진했다"며 "어전을 맴돌며 조정의 촉수 역할을 하던 대신(조국 전 법무장관)을 판서로 내세워 형조를 장악하려 했는데, 도리어 그것이 큰 화가 되어 되돌아왔다"고 썼다. 

    "참판의 검, 판서의 죽음을 실어 날라"

    '큰 화'는 조 전 법무장관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일가의 비위가 알려지며 기소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조은산은 "검집을 이탈한 참판(윤 총장)의 검은 이미 허공을 가르며 내리고 있었다. 검붉은 꽃잎이 활짝 피었고, 판서(조 전 장관)의 몸은 거대한 적폐의 형상으로 만개했다. 피바람이 일렁이며 적폐를 지양했던 적폐의 죽음을 실어 날랐다"고 표현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이른바 '라임 사태'와 관련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것을 두고는 "왕이 결국 형조를 장악했고 조정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형조판서(추 장관)는 지휘권을 남용해 참판의 사인검을 빼앗아 그를 무력화했다"고 빗댔다. 

    글 후반부에서 조은산은 '형조참판'으로서 지휘권이 박탈된 뒤 잃은 검을 찾아 나선 '사내'로 묘사했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잃어버린 검이 아닌 스스로가 던진 의문에 대한 답이었을 것"이라는 대목은 윤 총장이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검'을 잃고, 정치는 '정'을 잃고, 공정은 '공'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전직 대통령과 과거 정부 인사들을 사법처리한 것은 '당랑규선'에 비유했다. "고목 위의 새는 결국 사마귀를 물어 부리에 꽂았고, 사마귀의 앞발에는 매미가 매달려 처량했다. 그러나 새는 새총을 들어 자신을 겨누는 작은 아이를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비슷한 보복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현 시국 전반과 관련해 조은산은 "검사는 검(劍)을 잃어 정처없고, 정치는 정(正.올바름)을 잃어 비정하니, 공정은 공을 잃어 빌 공(空)이다. 민주는 민(民)을 잃어 스스로 주인이고, 판서는 한낱 왕의 졸개로 전락하니 법치는 수치가 되었음에 참판은 슬피 우는도다"라며 개탄했다. 

    "걸출한 인물"이라며 윤석열 극찬

    조은산은 이 글이 윤 총장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조은산은 "어느 의원님께서 제게 말씀하시길, 난독증이 있다고. 제가 사실 난독증이 아닌 난필증이 있어 간단하게 해설을 더하고자 합니다"라면서 "긴 글을 굳이 압축하자면 윤석열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등장에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결국 그의 뜻이 중요하고 뜻을 밝힌 그가 펼쳐나갈 앞으로의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한 사람이 아닌 세련된 정책에 의해 다가오는 올바른 정치를 기다립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