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땐 '김정은과 대화 계속 시도… 주한미군·방위비 연계 압박' 가능성
  • ▲ 대선 승리를 자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선 승리를 자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대선 개표가 대부분 마무리돼감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두 후보는 서로 승리를 주장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5900만 표의 우편투표가 자신에게 승리를 줄 것이라며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경합주에서 우세 현황을 두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민정훈 교수 “한미관계·미북관계 위해서는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낫다”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전투표 물결을 본 뒤 미국 대선의 혼전 양상을 예측했다. 또한 대부분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한미관계·미북관계·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더 좋다는 예측을 내놨다.

    국립외교원 산하 외교안보연구소의 민정훈 교수는 4일 YTN에 출연해 “한미관계를 먼저 생각한다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일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망했다.

    민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동맹국들에 터무니없는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고, 이것이 신뢰에 기초한 동맹까지 흔들리게 했다”면서 “결국 미국에 대한 불신이 일반 국민에게까지 퍼지면서 우리 정부가 많이 힘들었다”고 살명했다. 

    민 교수는 “동맹을 협박으로 갈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돼야 안정적으로 한미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은 물론 역내 위협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도 봤다.

    반면 미북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이 낫다고 민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 4년 동안 미북정상회의를 통해 판을 만들어놨고 “도쿄올림픽을 이용할 수 있다”거나 “재선되면 빠르게 미북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 협상’을 비판했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바텀-업 방식 협상’을 시작할 것이므로 미북협상이 재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과 공약 실천”

    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다. (그의 정책 기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실천율이 굉장히 높았다는 점은 느꼈다”고 말했다. 즉, 자기 입으로 말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방위비분담금협상 문제 등을 자신의 의지대로 관철할 가능성이 크다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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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며 나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미군을 더욱 유연하게 쓰려는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고, 이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주한미군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이런 부분이 많이 구체화된 것 같다”고 설명한 민 교수는, 이 때문에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주한미군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 교수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 때문에'라거나 '미북협상이 진전되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선물을 줘야 되니까'라며 주한미군을 줄이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미동맹에 상당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낫다… 예측가능해서”

    민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도 단기적 측면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종연구소 우정엽 미국연구센터장은 지난 3일 SBS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차원에서 (방위비 협상) 문제를 좀 부드럽게 넘길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우 센터장은 그러나 “장기적 차원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SBS는 “(바이든의 경우) 노골적으로 방위비를 올리라고 압박하고 주한미군 철수 카드도 흔드는 트럼프와는 차별화를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는 데 따른 부정적 의견은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9월23일 열린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토론회에서 한승주 전 외무장관이 한 주장이다. 

    한 전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트럼프는 북핵문제를 재선의 발판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트럼프에게 한미동맹은 정치적 목표와 거래하는 바기닝 칩(협상수단)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장관은 이어 “트럼프가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하도 분탕을 많이 쳐 지난 4년이 거의 악몽의 계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번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선거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한 전 장관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그동안의 비행 때문에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과 한국에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에도 온건파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2016년 이전의 한미동맹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 전 장관은 주장했다.

    이처럼 국내 전문가들은 바이든에 대한 선호를 드러낸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다르게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이든 후보를 중국편으로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친중매체에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기고문을 내고, 그의 아들이 중국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에서도 친중파가 활개를 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