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에 초점 맞추는 선택적 수사" "해경청장, 가족들에게 아픔 줘"…국감서 맹비판
  • ▲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및 소관 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이종현 기자
    ▲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및 소관 기관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이종현 기자
    해양경찰청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과 관련, 야당은 "뇌피셜(뇌와 오피셜의 합성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거나 검증된 것마냥 주장하는 행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뇌피셜이고, 요즘 유행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말처럼 소설을 쓴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도박빚 있으면 모두 월북하나" 해경 발표 반박

    앞서 해경은 지난 22일 '어업지도 공무원 A씨 실종 수사 관련 간담회'에서 "실종 공무원이 도박빚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도박이 마약보다 무서운 점 △A씨가 지인 30명으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대금을 입금받은 뒤 이를 도박에 탕진한 점 △A씨가 북한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착용했던 붉은색 계열 구명조끼(B형)가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이에 "해경이 비공개 간담회에서 실종 공무원의 도박 횟수와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말했는데, 이는 명예살인"이라며 "도박빚이 있으면 모두 월북하느냐. 이 간담회 청와대가 시킨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권 의원은 "인터넷 도박과 구명조끼도 이 사람(A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며 "해경이 추정되고 확정할 수 없는 정황증거들을 모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발표했다. 김홍희 해경청장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조직을 팔아먹고 있고,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김 청장에게 "지난 국감에서 '제발 추정하지 말고 팩트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는데, 오늘도 여전히 추정이고, 계속 자진월북에만 초점을 맞춰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해경이 도박이 마약보다 무섭다며 월북 근거가 된다고 했는데, 추리소설을 쓰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에 김 청장은 "가족분들한테 아픔을 줬다는 지적을 하셨는데, 수사하다 보면 궂은일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청와대 지시를 받았다는 것은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A씨의 인터넷도박 의혹과 관련해서는 "통신·금융조회 결과 A씨가 평소 인터넷도박을 많이 했고, 실종 직전까지 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文대통령, 피해자 아들과 한 약속 안 지켜"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피해자 아들 간의 편지 회신을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답장을 통해 '내가 직접 챙기겠다' '항상 함께하겠다'고 했다"며 "그간 대통령과 전화하거나 수사상황을 보고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청장이 "전혀 없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약속을 안 지켰다"며 "그 약속을 믿던 아들에게는 해경의 수사 결과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같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여당 의원들은 해경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저분(A씨)이 실족한 게 맞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은 "여러 증거와 정황을 보면 실족이 아닌 월북으로 판단되는데 야당은 자꾸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