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판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논란… 인권헌장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논쟁
  • ▲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진인서)'가 게시한 대자보 위에 설치된 가림막. ⓒ진인서
    ▲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진인서)'가 게시한 대자보 위에 설치된 가림막. ⓒ진인서
    서울대학교가 대학판 차별금지법인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해 논란이다. 교내에서는 학생들의 찬반 의견이 맞서며 '대자보전쟁'이 벌어지는 등 논란이 심화했다.

    서울대 학생처와 인권센터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는 '인권헌장' '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날 서울대에서는 이와 관련한 제정 공청회도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서울대 인권헌장안 제3조와 '대학원생 인권지침안' 제13조의 '구성원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대 단과대학 연석회의 등은 성소수자들이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서울대 인권헌장 제정 시도… 찬반 논쟁 과열 

    박시현 연석회의 인권연대국장은 "학내 인권센터 설문조사 결과 인권규범 제정에 학생 93%가 동의했다"며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상식적인 자기결정권에 근거해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섰다. 남승호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인권헌장은 대학의 핵심적 가치인 자유를 억압할 수 있고, 동성애 차별금지가 보편적이라는 근거도 없다"며 "인권헌장에서 특정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혐오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도 "젠더 이데올로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탈동성애자들이 오히려 더 소수자이며, 인권운동가에 협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쟁을 둘러싸고 교내에서는 대자보전쟁이 벌어졌다. 진정한인권을위한서울대인연대(이하 진인서)는 앞서 인권헌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교내 곳곳에 인권헌장(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표현의 자유 훼손하는 혐오 프레임"… 교내 대자보 게시

    진인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 개념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혐오발언으로 낙인찍으며 민형사상, 행정상, 학칙상의 제재를 가하려는 모든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인서는 이어 "이 같은 개념이 합리적이고 차별금지 사유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성립된 바 없다"며 "오히려 지속적이고 일관된 반대 의견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인서는 또 "부도덕한 성행위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박탈하는 규정이 서울대에서 제정될 경우 다른 대학에도 유사한 규정이 제정될 것이고,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도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며 온라인 국민 서명도 진행했다.

    학교 측 움직임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진인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며 맞섰다. 이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3일 진인서가 작성한 대자보 위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밑의 글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재생산하고 대중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혐오 재생산"한다며 가림막 설치… "법적 대응할 것"

    훼손된 진인서 대자보에는 동성애자보다 더 소수자인 탈동성애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인서는 A씨의 대자보 훼손행위를 바로 비판하고 나섰다. 진인서 측은 "A씨의 일방적인 차단막 설치행위를 규탄한다"며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의 행위는 대자보의 효용가치를 해하는 것으로 재물 손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A씨는 총학생회 소속이냐는 질문에 '개인'이라고 답했지만, 총학 인권연대국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한 진인서는 "또 인권헌장을 논하는 공청회에서 공식 패널 토론자로 지정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진인서는 이어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인권헌장을 준비하는 작업이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젠더 이데올로기에 편향된 사람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