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탱크가 추미애 정조준, 나경원은 '조로나불' 머리띠… 박원순 피해자 변호인도 희화
  • ▲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말하고 싶다 - 그때 그 사람' 포스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아트만두·조국 페이스북
    ▲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말하고 싶다 - 그때 그 사람' 포스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아트만두·조국 페이스북
    최근 예술의전당(이사장 손숙)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주호영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정치 풍자 그림 전시회, '말하고 싶다 - 그때 그 사람(이하 '그때 그사람')'에 무료 대관을 결정했다가 뒤늦게 철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시회는 수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희화화한 그림(세월오월)으로 논란을 빚은 홍성담 화가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각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예술의전당 측은 "코로나19로 전시 기간이 짧아지면서 전시기획사가 자진 철회한 것"이라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정치권에선 '전시회 포스터가 노골적으로 여권 인사들은 띄우고, 야권 인사들은 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정감사 등을 의식한 예술의전당이 사실상 대관 계획을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전시회 일정, '이틀'로 축소


    당초 아트만두(본명 최재용) 외 12명의 작가들은 예술의전당이 진행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프로젝트, 예술의전당 전시장 대관 지원 사업'에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돼 한가람미술관 1·2전시실(약 365평)에서 '그때 그사람' 전시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 전시회는 심사 당시 예술성·대중성·신뢰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기간은 추석 연휴를 포함하는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1일 대관비가 101만원(2전시실은 1일 68만원)에 달하는 전시장을 무료로 사용하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코로나19 여파와 주최 측의 사정으로 열리지 못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달 17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되면서 10월 5일까지 운영이 어려워지자, '그때 그사람' 전시기획사 측에 "이틀 만이라도 전시회를 열 것인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이에 전시기획사 측은 '이틀 정도밖에 전시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들어가는 비용이나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취소하는 게 낫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 앞둔 예술의전당, '정치편향성' 지적받고 고민"


    그러나 예술의전당은 '그때 그 사람' 전시회 측에 무료 대관을 결정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의전당이 정치편향적 전시회를 강행하려 한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고 고민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의전당이 겉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강화에 따라 전시장 운영이 어려워진 점을 내세웠으나, 속내는 비판 여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전시회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예술의전당 측은 지난달 전시기획사 측에 전시 일정이 축소됐다는 사실과 함께 '전시회 홍보 포스터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페이스북에 '아트만두作 포스터' 올라와 '논란'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그때 그 사람' 홍보 포스터를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포스터는 아트만두가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그렸던 정치인 캐리커처를 한데 모아 만든 것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임은정 부장검사 등 법무부·검찰 인사들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정계 인사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故 백선엽 장군 등 사회 인사들까지 두루 망라돼 있다.

    문제는 등장한 야권 인사들은 모조리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반면, 여권 인사들은 '멀쩡하게' 그려져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윤석열 총장은 장모·부인 문제를 비꼬듯 머리가 거대한 윤 총장이 여성 두 명을 업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데 반해 '검찰 개혁'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쓴 추미애 장관은 '국민의힘'으로 상징되는 탱크에 의해 정조준돼 생명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로 그려졌다. '표적'이 된 추 장관의 옆에는 총알 자국으로 범벅이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그림자 표적'이 걸렸다.

    특히 아트만두는 윤 총장의 그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제대로 수사할 때까지 박제함"이라는 글과 함께 '검찰총장 부인 김OO 수사촉구 진정서'의 링크 주소를 함께 게시했다.

    박원순 고소한 '피해자 변호인' 희화화한 그림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을 희화화한 그림도 있다.

    포스터에서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아트만두 페이스북에 있는 원본을 보면 해당 변호인이 입 부분이 뚫린 마스크를 쓰고 "고소인 대신 분노 중" "2차 가해" 등이 쓰여진 종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트만두는 이 그림 밑에도 "박원순 고소인 측에 살의가 느껴진다. 사과할 기회를 안준다"는 서울시 기관장 발언을 담은 기사와, "변호사가 망자의 명예는 생각하지 않고 2차 가해를 유도하고 있다"는 각계 인사들의 발언을 모은 기사 링크를 올렸다.

    이외에도 '검찰 개혁' 마스크를 쓴 임은정 검사는 철갑옷에 방패를 든 기사로 그려진 반면, 나경원 전 의원은 '조로나불'이라고 쓰여진 머리띠를 매고 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등 야권 인사 대부분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다.

    "예술의전당, '정치적 전시회'에 이용돼선 안돼"


    이와 관련, 김예지 의원은 "예술의전당 윤리헌장을 보면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창달과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의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기관'이라고 돼 있다"며 "'그때 그 사람' 전시가 윤리헌장의 문화예술 창달과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의 확대에 해당하는 전시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화예술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적 목적의 전시는 예술의전당 대관 규약 제17조 1항 4호에 근거해 취소해야 한다"며 "정부 산하 기관인 예술의전당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전시회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품성'이나 '언론 보도' 때문에 전시회가 취소된 게 아니며 취소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9월 22일부터 10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내 공연·전시·강좌 프로그램 운영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에 당초 7일간 열기로 했던 전시회 일정이 이틀로 축소된 사실을 전시기획사 측에 알렸고, '비용 등을 감안해 전시를 취소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 ▲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캐리커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아트만두 페이스북
    ▲ 시사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가 그린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캐리커처.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아트만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