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가족은 지방 추방, 배신자 가족은 극단적 처형”… 한국 온 북한 외교관 25명 대부분 조용
  • ▲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 대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년 전 이탈리아에서 사라진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입국했다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조 전 대사대리가 북한에 두고 온 딸을 위해서라도 언론이 그에 대한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지난해 2월 북한으로 송환됐다.

    태영호 “도망친 외교관과 한국으로 귀순한 외교관 가족 처우 크게 달라”

    태 의원은 “내가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으로 있던 시절 조 전 대사대리는 유럽국 5과 이탈리아 담당 부원이었다”며 “그와 20년 지기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게 본인의 소식이 공개되는 것은 남은 가족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문제”라며 “그래서 현재 한국에 와 있는 북한의 전직 외교관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정부도 이를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태 의원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탈북 외교관이 현지 국가나 제3국에 조용히 체류하면 단순 도주자로 분류해 남은 가족을 지방으로 추방한다. 반면 탈북 외교관이 한국으로 망명하면 배신자로 규정하고 남은 가족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등 극단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태 의원의 지적이다.

    태 의원은 “2018년 11월 조 전 대사대리가 부인·아들과 함께 잠적했을 당시 제가 그의 한국행을 추진하다 중단한 이유도 북한에 남은 그의 딸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충고 때문이었다”며 “언론이 딸을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한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VOA “한국에 와 있는 북한 외교관 25명… 대부분 조용히 생활”

    태 의원의 말처럼 국내로 들어온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대부분 조용히 지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7일 “태 의원이 한국으로 왔을 때도 김정은에게 타격이 좀 됐는데 조 전 대사대리까지 온 사실이 알려지면 그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직 북한 외교관 A씨의 주장을전했다.

    A씨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소식에) 김정은이 상당히 격노했을 것”이라며 “향후 미북회담을 의식해 대외적으로 크게 떠들지는 않겠지만, 해외에 있는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감시와 통제를 훨씬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A씨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출신 외교관 6명, 무역 관련 외교관 10여 명, 보위부·노동당 서기실 등에서 파견돼 외교관 여권으로 활동하다 망명한 인사 10여 명 등 모두 25명이 현재 국내에 거주한다. 

    1991년 망명한 고영환 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1996년 망명한 현성일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김동수 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북한사무소 3등서기관, 태 의원을 포함한 수치다. 이들 중 대부분의 전직 북한외교관은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지낸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오로 망명했다는 소식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국가정보원 등은 이와 관련해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변보호 등으로 인해 구체적 사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