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엔 "인권 실현" 우파엔 "쿠데타 세력"… 고3 퀴즈대회서 정치편향 문항 수두룩
  •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제정된 북한 헌법 문제입니다. 1948년 북한 헌법 103조는 수도와 관련된 조항이었는데요. 당시 북한 헌법에서 정해놓은 북한의 수도는 어디였을까요?"

    "1961년 쿠데타를 주도하여 권력을 장악한 뒤 1979년 사망할 때까지 18년 동안 장기집권을 이어갔던 인물은?

    행정안전부 산하단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좌파적 사상교육, 북한 알리기 등 편향된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박수영의원실이 6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월26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경기도 의왕시 소재 백운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대동한마당 퀴즈대회’에서 출제한 85문제 중 대부분의 문항이 좌파정권을 미화하고 보수정권을 악의적으로 표현했다. 북한 알리기와 관련된 문제도 출제됐다.

    문제의 문항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보수정권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면모들만 부각시킨 반면,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한 진보정권 대통령들은 보수정권에 비하여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박정희엔 "쿠데타로 헌법 파괴"... 참여연대엔 "인권 향상, 사회정의 실현"

    OX퀴즈 문항에는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군사 쿠데타를 통해 헌법을 파괴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잡은 일은 박정희 때 한 번 있었다"는 문항이 있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헌법과 수도에 관한 문제와 임시정부의 수립이 중국의 공화혁명의 영향을 받았다는 등의 정치적 객관성이 떨어지는 문제들도 다수 출제됐다.

    좌파 세력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묘사로 가득했다.

    "6월항쟁을 계기로 정부와 시장을 감시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이 활발해졌지요. 1994년에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대안 제시를 통해 인권의 향상과 사회정의, 공익실현 등을 내걸고 창립하여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성장한 이 단체는?"이라는 문항의 정답은 참여연대다.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정답인 문제도 있었다. 이 문항은 "2004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노동자·농민을 대표한다는 진보정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습니다. 13%의 지지를 받아 원내 진출에 성공했던 최초의 진보정당 이름은?"이었다.

    노무현정부와 관련해서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불행했던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졌지요. 식민지 시기 친일활동, 강제동원, 한국전쟁 당시 학살, 군사정권 시기의 의문사 등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한 정부는?"이라고 물었다.

    "1997년에 치러진 제15대 대통령선거는 한국정치의 역사상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선거였습니다. 이 선거에서 당선되어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어낸 대통령은?"이라는 문항의 답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특정 정치성향을 띠는 문제 출제는 기관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 또한 국가기관이 학생을 대상으로 편향된 사상교육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좌파 사상교육 시도"

    해당 퀴즈대회의 출제자는 전교조의 연대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 출신 역사교사로 확인됐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전교조와 좌편향 교과서 논란이 있는 '살아있는 한국사교과서'를 공동 집필했다. 

    이 교사는 최근에도 편향적인 내용으로 문제가 된 아동용 도서 '카카오프렌즈 놀이한국사'에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주주의에 대한 교육사업은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고 사실관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일과 북한 헌법 알리기는 전혀 상관없다. 의도가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출제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교육은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이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정치편향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좌파 사상교육 시도가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