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통지문 조작했다간 北 난리 났을 것… 발표할 때 원본 고쳐 생긴 일"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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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과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와대가 지난 25일 “북한이 보내왔다”며 공개한 사과 통지문이 조작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탈북민단체 관계자들은 “조작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이번 통지문은 내용으로 볼 때 김여정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해(령해)·혈흔(핏자국)·인원(사람)·이해(료해)... 한국식 한자어 표현 

    28일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청와대가 지난 25일 공개한 북한의 사과 통지문의 내용이 수정됐다”며 “아무래도 청와대 또는 국가정보원이 통지문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확산했다. 25일 청와대가 공개한 북한의 통지문에는 한국식 표현들이 많았는데, 26일에는 대부분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영해’는 ‘령해’로, 조선노동당은 ‘조선로동당’으로, 2020년 9월25일은 주체 109년 9월25일로 적어야 하며, 북한에서는 ‘인원’ 대신 ‘사람’, ‘혈흔’ 대신 ‘핏자국’, ‘신고(辛苦)’ 대신 ‘고생’, ‘부유물’ 대신 ‘뗏목’ 또는 ‘널판지’ 등을 쓴다는 것이다.

    “김정은 이름 들어간 통지문 함부로 조작했다면 북한 비난 거셌을 것”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든 국정원이든 북한이 보내지도 않은 통지문을 받았다고 조작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김정은의 이름을 넣은, 가공의 통지문을 만들어 공개했다면 북한이 매우 거세게 대남공세를 폈을 것”이라며 “표현의 오류는 원본 내용을 한국 정부가 고쳐 발표한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주도로 작성... 그래서 기존과 표현 다를 수도

    김 대표는 “북한에서도 한자어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며 통지문 내용 조작설을 또 한 번 부정한 뒤 “그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사과 통지문을 보낸 주체가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지문 말미에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는 구절과 김여정이 지난 7월부터 대미·대남관계를 총괄하고 나선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김여정이 주도해 작성한 사과 통지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때문에 김정은이 직접 관리하던 기존 북한식 표현과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북한군에서 노동당 직속 정치지도원으로 활동했던 최정훈 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도 같은 견해를 표했다. 최 사령관은 통지문에 한국식 표현이 발견되는 것과 관련 “한국 기자들의 기사를 봐도 표현이 제각각이더라”며 “이 문제는 청와대가 원문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사령관은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든 국정원이든 통지문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