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군 ‘크롬 돔(Chrome Dome)’ 계획 언급… '작계 5015'에도 대북 핵보복 담겨
  • ▲ 와이오밍주 소재 워렌 미공군 기지의 사일로에서 ICBM '미니트맨 Ⅲ'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모습. ⓒ미공군 국립박물관 공개사진.
    ▲ 와이오밍주 소재 워렌 미공군 기지의 사일로에서 ICBM '미니트맨 Ⅲ' 유지보수 작업을 하는 모습. ⓒ미공군 국립박물관 공개사진.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책 <격노(Rage)>에서 설명한 ‘대북 핵공격’이 어느 작전계획(Operation Plan, 이하 작계)에 포함됐는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들은 '작계 5015'에 대북 핵공격 시나리오가 담겼다고 전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작계 8010-12'에 대북 핵공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

    정부 소식통 “대북 핵공격 방안 '작계 5015'에 담겼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책에서 2017년 7월부터 9월 사이 미국과 북한 간의 핵전쟁 위기가 매우 고조됐다며, 이때 미국이 '작계 5027'에 따라 대북 핵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썼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들은 “우드워드가 한미연합 작계를 잘 몰라서 그렇게 설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6일 “북한이 핵공격을 하면 미국이 핵보복을 하는 방안이 ‘작계 5027’이 아니라 ‘작계 5015’에 담겼다”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소식통은 “다만 ‘작계 5015’에는 북한의 어디를 핵공격할지 등 세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며 “미국의 확장된 억제(Extended Deterrence)정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작계 5027'에는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우드워드가 착각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작계 5027'은 북한과의 전면전에만 초점을 둬 그동안 다른 상황의 군사작전에 대비하는 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15년 한미가 새로 만든 '작계 5015'"라고 설명했다.

    '작계 5027'에서 더 발전한 '작계 5015' 

    신문은 “(정부 소식통의 설명은) 지난 14일 ‘대북 핵무기 사용은 작계에 없다.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청와대 발표와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 ▲ 2017년 7월 이후 위기 당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주기돼 있는 미공군 B-52H, B-1B, B-2 전략폭격기. ⓒ미공군 공개사진.
    ▲ 2017년 7월 이후 위기 당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주기돼 있는 미공군 B-52H, B-1B, B-2 전략폭격기. ⓒ미공군 공개사진.
    '작계 5015'에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일 경우 관련 시설 선제타격, 대북 참수작전(북한 지도부 제거), 서해 5도와 같은 접경지역에서의 국지도발 대응, 북한 내 쿠데타나 민중봉기, 대규모 탈북 등 급변사태에 대응하는 계획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는 한미 연합군이 '작계 5027'을 대체한 '작계 5015'에 기존의 '작계 5028'과 '작계 5029'의 내용을 모두 더했다는 뜻이다.

    한반도 관련 미군 작계와 미일 공동 대북대응 '작계 5055' 

    미군은 전 세계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고, 해당 구역에 따라 작계 번호를 붙인다. ‘10~’은 중부사령부, ‘20~’은 대서양과 북부사령부, ‘40~’은 유럽사령부, ‘50~’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작계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한반도 관련 작계는 5015·5026·5027·5028·5029·5030·5055·9518이 있다.

    '작계 5027'은 남북 간 전면전에 대응한 재래식 전쟁계획이다. '작계 5015'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계 5027'에 대량살상무기 사용이나 국지전, 북한 급변사태 등을 포함한 계획이다. 2016년 북한 해커에게 유출된 이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계 5026'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보일 경우 핵시설 등을 정밀타격하는 공중작전계획, '작계 5028'은 북한의 국지전 도발에 따른 공동대응, '작계 5029'는 북한에서 쿠데타, 민중봉기,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탈북자 대량발생 및 체제 붕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계획이다. '작계 5030'은 북한 정권 고사작전을 담았다. '작계 9518'은 유사시 한미 연합군 수송지원계획이다.

    국내에는 생소한 '작계 5055'는 대북 정밀타격과 함께 특수부대가 북한 핵시설과 탄도미사일기지를 접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한국이 협력할 수 없을 때 일본의 도움을 받아 대북 타격을 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한다는 내용이 특징이다. 즉, “한국 허락 없이는 한반도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재인 정권의 주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작전계획이다.

    미군의 핵보복용 '작계 8010-12'와 ‘크롬 돔(Chrome Dome) 계획’

    미국의 핵전쟁 작계도 눈여겨봐야 한다. 미국은 냉전 때 핵전쟁 작계를 수정, '작계 8010'을 만들었다. 마지막 수정은 2012년이어서 명칭도 '작계 8010-12'다. 전략사령부(STRATCOM)가 관할한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작계 8010-12'는 “미국 정부와 동맹국들의 전쟁 억제 활동을 통합한 범지구적 억제계획”으로 “러시아·중국·북한· 이란과 전쟁 또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한 초대형 테러가 미국 본토에서 발생했을 경우 적용하는 작계”다.
  • ▲ 토머스 맥니어니 예비역 공군 중장은 2017년 8월 폭스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 토머스 맥니어니 예비역 공군 중장은 2017년 8월 폭스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서울을 공격하면 미국에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폭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터뷰 화면캡쳐.
    '작계 8010-12'의 구체적 내용은 기밀이지만, 미국 언론이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란의 핵시설 및 탄도미사일기지 선제타격, 대공망과 장사정포 제거 등을 담았다. 특히 이 작계를 맡은 전략사령부가 미군 전략핵무기를 담당하는 조직이어서 북한을 대상으로 한 핵공격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직 미군 장성의 말도 있었다. 토마스 맥니어니 미 예비역 공군 중장은 2017년 8월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에 천만 배의 보복을 한다고? 불가능하다. 미국이 결심하면 북한은 15분 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미군 합참 차장보, 알래스카 주둔 제11공군사령관을 역임하고 1994년 예편한 맥니어니 예비역 중장은 “만약 김정은이 서울에 포격을 가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모든 도시를 소멸시킬 수 있다”며 “김정은이 서울을 한 번이라도 공격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주장했다. 맥니어니 예비역 중장은 그러면서 미군의 ‘크롬 돔(Chrome Dome)’ 계획을 설명했다.

    ‘크롬 돔’은 1961년부터 북미대륙 방어를 위해 시행한 핵보복 계획이다. 핵폭탄을 탑재한 미 공군 전략폭격기가 북미대륙 해안선을 따라 비행하다 소련의 공격이 감지되면 즉각 핵공격에 나선다. 

    맥니어니 장군은 한국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보호받는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하면 우선 순항미사일 2000여 기가 북한 내 750여 목표를 향해 발사되고, 이어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이 미군의 핵미사일 공격을 받게 된다.

    미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에 탑재한 핵탄두 폭발력이 보통 170kt(TNT 환산 17만t, 히로시마 투하 폭탄 위력의 8.5배) 수준이고, 미사일마다 평균 3개의 핵탄두를 탑재하므로, ICBM 5발만 쏴도 북한은 맥니어니 장군의 말처럼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