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수위 3m→5m, 하루 새 8m 상승… “자연재해 정보 공유" 정부 요청, 北이 묵살
  • ▲ 북한이 황강댐에서 방류한 물을 막는 우리 측 군남댐이 방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황강댐에서 방류한 물을 막는 우리 측 군남댐이 방류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사흘째 우리 측에 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경기도 연천군 필승교 수위가 하룻밤 사이 3m에서 8m로 5m나 상승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군 당국과 지자체는 수위가 7m를 넘자 인근 주민들의 대피를 도울 준비만 했다. 북한에서 시작되는 한탄강 수위 또한 점점 높아진다.

    정부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 사흘째 계속 개방”

    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연 정황이 포착됐다고 5일 오전 군 당국이 전했다. 북한은 그러나 황강댐 수문을 개방하기 전 우리 측에 통보하기로 한 2009년 10월 남북합의를 이번에도 지키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지난 4일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했지만 우리 측 필승교 수위는 오히려 2.99m로 전날보다 낮아졌다”며 “현재 지자체와 함께 황강댐 수문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5일에도 황강댐 수문을 계속 개방하자 군 당국은 지자체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대피를 돕는 등 사고 예방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5일 오후 필승교 수위가 8m를 넘어서자 접경지역 위기대응 단계를 ‘관심’으로 높여 발령했다. 

    북한, 댐 방류 사전통보하면 대응 여유 10시간, 무단방류하면 30분 미만 

    정부는 필승교 일대 수위가 갑자기 1m 상승하면 강변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경보를 발령한다. 필승교 수위가 7.5m를 넘으면 '관심' 경보를 발령하고, 수위가 12m를 넘으면 '주의' 경보를 내린다. 그 다음 단계인 '경계'와 '심각' 경보는 북한 황강댐의 물이 넘치기 직전, 그리고 댐이 무너졌을 때 발령한다.

    정부는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일대에서 수위를 측정한다. 황강댐에서 방류한 물이 필승교까지 오는 데는 1시간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황강댐 방류 전 우리 측에 통보하면 10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대응할 수 있지만, 북한이 통보 없이 댐을 방류할 경우 물이 필승교에서 군남댐까지 도달하는 데 30분 밖에 걸리지 않아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이 없다. 

    통일부 또한 북한의 황강댐 방류를 예의주시한다. 통일부는 지난 4일 “북한이 7월 말 두 번, 8월 들어 한 번 우리 측에 통보 없이 댐 방류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며 북한 측이 홍수 예방에 협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 측의 반응은 없었다.

    북한에서 흘러 내려오는 한탄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경기도 연천군에서 임진강과 만나는 한탄강 수위 또한 5일 들어 점점 높아졌다. 전날 밤 북한에 내린 집중호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한강홍수통제소는 5일 낮 12시10분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경기도 연천군 사랑교 일대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지역 수위가 홍수주의보 기준 수위인 7.5m를 넘어 8m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 ▲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 일대. ⓒ이종현 기자.
    ▲ 남쪽에서 바라본 북한 임진강 일대. ⓒ이종현 기자.
    한강홍수통제소는 또한 이날 오후 1시20분에는 경기도 파주시 비룡대교 일대에도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5일 오후 3시30분이면 비룡대교 수위가 홍수 주의 수위인 9.5m를 넘어설 것”이라며 “파주시와 연천시 주민들은 침수 피해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한강홍수통제소는 당부했다.

    한탄강 하류지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북한에서 시작해 강원도 철원군을 지나는 한탄강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월31일부터 5일 낮 12시까지 철원군 장흥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670mm나 된다. 이로 인한 홍수로 화강과 한탄천이 만나 강이 되는 접경지역 마을에는 대피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정치·군사 무관한 자연재해에는 남북 협력해야”


    통일부는 5일 북한에 협력을 호소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4일 밤 (임진강 필승교 일대) 수위가 두 차례 상승, 5m 이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정치·군사 문제와 무관하므로 남북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홍수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이) 정보교환이라도 좀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세계적으로도 인접국가들끼리 자연재해 정보를 교환하는데 ‘우리 민족끼리’ 못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 이런 문제에 대해 북측도 최소한의 정보교환 등에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러나 북한은 5일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3일부터 황강댐을 본격적으로 방류했다. 때문에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지난 3일 오전 2시30분 5.74m까지 치솟았다. 다행히 이날 오후 6시에는 수위가 2.99m로 줄었다. 그러다 4일부터 다시 물이 불어 5일 오전 9시30분에는 수위가 5.54m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