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1세기 국제환경과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증보판) 이상우 소장 "'팍스 아메리카나' 실종‥ '각자도생' 시대 도래"
  • 국민 모두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자유를 누리며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국가 간 무한 생존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지정학적 위치상 초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와 협력해 어떤 노력을 펴나가는 것이 이로운지를 항상 따져보는 외교안보전략이 필수적이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지키며 국제사회에서 자주권을 보장받으려면 이념을 같이하는 미국과 포괄적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나아가 아시아의 패권국 지위를 되찾으려는 '민족주의적 사회주의 국가'로 변질된 중국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준동맹 관계를 발전시켜 한·미·일 협동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대한민국 인구의 1할이 170여 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현실을 십분 활용해 전 세계적으로 '초지리적 한민족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소장의 주장이다.

    '반국제주의 정서' 팽배…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 종말


    '21세기 국제환경과 대한민국의 생존전략(도서출판 기파랑 / 증보판)'을 집필한 저자는 나라의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웃나라와의 협력·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우리'라는 '집단자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직한 미래를 가져올 '오늘의 행위'는 대부분 '오늘의 행복 조건'의 희생을 토대로 이뤄지는데, 가족이나 민족을 포함한 집단을 자기처럼 생각하는 '집단자아'를 갖고 있으면 그 희생정신으로 한 나라의 미래전략이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때 도전받지 않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했던 미국이 자국(중산층) 내 확산된 '반국제주의 정서'로 세계정치의 지도국 역할을 포기하는 지경에 놓이면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는 빠르게 종말을 고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상 질서를 통할하는 중심 국가가 사라진 국제질서에서는, 이기적 민족주의가 추동하는 민족국가들 간의 생존경쟁이 격화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최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광풍' 이후 몇몇 강대국이 주도하는 '단일세계질서'의 꿈이 급속히 수그러들고 있으며 자국 혹은 자기 민족 우선이라는 '종족주의'의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기 민족 우선… '종족주의' 흐름 두드러져


    또한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달라지는 삶의 양식 속에서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정감적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만큼 21세기의 국제질서는 계속 민족국가를 단위로 하는 '국가들의 사회'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지고 실시한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상이 역설적으로 국가 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민으로 자기들이 누리던 안전과 풍요가 박탈당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적 저항 때문에 국가는 국경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면서 국가 간 경쟁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대국보다 문화동질성을 가진 단일 민족국가가 높은 생존율을 보일 것이라고 저자는 예단한다.

    저자는 "단일 민족공동체가 바탕이 된 민주공화 헌정질서를 갖춘 대한민국은 가장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정치공동체로 남을 것"이라며 "여기에 해외 교포를 모두 포용하는 '초지리적 한민족공동체'를 이루면 안정과 풍요를 누리는 민족국가가 되는 것은 물론, 한국인의 생활·경제 활동 공간이 세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 이후 지도자 없는 '혼란의 질서' 도래


    저자는 길이 험해도 닥칠 위험을 미리 알면 자신있게 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위기를 극복했던 대한민국의 지나온 길을 분석해 현 상황을 해결하는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글을 쓰고 지난 해 초 출간했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책은 가볍고 콤팩트하게 냈다.

    초판을 집필하던 당시 저자는 가까운 미래에 나라마다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는 '지도자 없는 혼란의 질서'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국제질서의 해체 가능성을 논했었다고 회고했다. 그 우려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닥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초판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단숨에 읽힐 수 있도록 쉽게 쓰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 증보판에서는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내용을 덧붙이고 주석을 달았다. 특히 남북관계의 현주소와 통일정책의 기본 원칙을 알아보고 통일의 전략을 제시하고, 나아가 각자도생으로 변화하는 현재 세계관에서의 생존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법을 설파한다.

    물론 이 책에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함께 극복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훌륭한 제안서가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 1961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1966년 법학석사(국제법) 학위를 받았다. 1971년 하와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방성이 지원하던 돈 프로젝트(DON PROJECT)에 참가해 부소장으로 일하면서 국가 간 갈등, 전쟁, 평화질서 등을 연구했다.

    1973년부터 경희대와 서강대에서 30년간 정치학 교수를 지냈고 그 후 4년간 한림대 총장으로 근무했다. 그밖에 국제정치학회장, 외무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장,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통일교육위원 중앙협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정치학개론 ▲국제정치학강의 ▲국제관계이론 ▲한국의 안보환경(제1집, 제2집) ▲북한정치 ▲함께 사는 통일 ▲럼멜의 자유주의 평화이론 ▲SECURITY AND UNIFICATION OF KOREA ▲새로 쓴 우리들의 대한민국 ▲살며 지켜본 대한민국 70년사 ▲자유 민주 지키기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신아시아연구소(NARI)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