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아파트 사서 은행에 이자 내나 월세 내나 같다" 상식 벗어난 발언…본인은 서울에 주택·오피스텔 보유
  •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의원은 전세대출이자와 월세액이 마찬가지라며 월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뉴시스
    ▲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 의원은 전세대출이자와 월세액이 마찬가지라며 월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뉴시스
    "월세가 대세"라며 전세대란을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세 대란이 일어났음에도 윤 의원이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 국민들의 반응이다.

    윤준병(전북 정읍)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전세제도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이라며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걸 아쉬워하는 것은 의식수준이 개발독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임대차 3법에 반발하는 국민들을 폄하했다.

    "월세 내나 이자 내나 마찬가지… 서민은 월세가 더 손쉬워"


    윤준병 의원은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도 그렇고,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오며 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며 월세와 은행 대출이자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중이다. 매우 정상이다"라며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월세'의 개념을 모르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10억 아파트를 5억 대출 받아 사는 사람도 분명 월세 사는 분이다. 다만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이라고 썼다. 은행에 대출이자를 갚고 있는 것을 월세 내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 누구나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 통해 월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글을 이어갔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대출규제 정책으로 서민들의 대출이 어려워진 문제, 대출을 계속 갚아나가면 언젠가는 자기 소유가 된다는 장점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네티즌 비난 폭주… "본인부터 월세살이 모범 보여라"


    윤 의원의 글에는 이틀째 개탄스럽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은행 대출받아 보증금으로 쓰면서 은행에 내는 이자와 집주인에게 직접 월세로 내는 금액이 같은가. 혀를 차게 만든다"란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과거 조국 전 법무장관이 국민들을 폄하했던 트위터 글을 빗대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가 집 좀 가져보겠다고 전세 끼고 징검다리를 건너려고 해서 죄송하다"고 비꼬았고, 다른 네티즌은 "당장 집 팔고 본인부터 월세 사는 모범을 보여라"라며 분노를 표했다.

    윤준병 의원의 글에 관한 기사는 2일 포털 뉴스 랭킹 상위에 계속 올라 있다. 네티즌들은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내 집 마련 지렛대 장치" "월세 살면 평생 세입자 신세를 못 벗어난다" "좌파가 원하는 건 보다 나은 삶으로 향하는 국민들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윤 의원을 비난하고 있다.

    "좌파, 국민들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사다리 끊는 것 원하느냐"


    윤 의원이 언급한 '제로금리 시대'에도 전세가 월세보다 서민에게 유리한 현실을 지적한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전세 대출이 2~4%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월세를 내는 것보다 세입자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소리를 하나"라고 비난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윤 의원은 이번 제21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했다. 1982년 행정고시 26회에 합격, 공직 생활을 시작한 윤 의원은 서울시에서 쭉 근무했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7월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윤 의원은 본인 명의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3억 8600만원)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약 1억 9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윤 의원이 월세 받기 쉬워졌다'며 비꼬기도 했다.